이제 막 창작을 시작하는 작가를 위한 격려사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며, 사람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알아가는 것 또한 그들 삶의 일부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 잡았던 그들만의 이야기도 점점 흐릿하게 퇴색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우리의 신체 기관 중에서 입으로 하는 이야기의 한계가 바로 그런 부분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사람들에게 글쓰기로 시선을 돌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뛰어난 능변가가 아닌 이상 조리 있게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한 번 입을 떠난 말을 주워 담거나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종이책으로 간행된 책에 실린 글을 제외하고, 자신의 기억이나 이야기 또는 문학적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습작들은 얼마든지 수정하거나 파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집필하고 수정하고 파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은 입으로 덜컥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보다 자신을 좀 더 다듬어 다른 사람 앞에 내세우는 자기만의 방법을 익힌다. 그런 점이 글쓰기의 가장 긍정적 효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처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보다, ‘무엇을 쓸 것인가.’가 더 어려운 문제라고들 한다.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는 글쓰기의 기교에 해당하는 고민일 뿐이지만, 무엇을 쓸 것인가는 글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말과 같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쉽게 글을 쓸 결심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원래 작가라는 사람은 소설가든 수필가든 시인이든 막론하고 자신의 삶을 파헤쳐 그 안에서 글감을 끄집어내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누구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자신의 이야기에서부터 글감을 찾는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글감에 대한 고민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된다.
이 책에 글을 실은 작가님들은 그런 망설임의 시간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기로 결심한 분들이다. 비록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글을 쓸수록 생각보다 자신이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중이다. 그런 깨달음이야말로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가치이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문학적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필력도 가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목적이 제각각이어도 좋다. 일상을 몇 줄의 글로 표현하면 시가 되는 것이고, 자신의 지난 이야기에 짧은 소회를 적절하게 섞어서 글을 가다듬으면 수필이 될 것이며 나아가서 문학적 감각을 살려 순수 창작의 세계에 들어서면 소설가가 될 것이다. 단지 언제 어떤 계기로 손에 펜을 쥐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조금은 뻔하고 통속적인 격려가 될지도 모르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옛말은 공연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들은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다른 사람에 비해 이미 한 걸음 앞선 사람들이다. 그리고 분명 그 간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영원히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는 책이 되어, 말로 이야기를 전하던 시절에 비해 한층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사람들의 뇌리에 진한 향기를 머금은 채 오래도록 남을 것이며, 그런 상상이야말로 글을 쓴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권리이자 기쁨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앞길에 화려한 문학적 세상이 펼쳐지기를 바란다는 형식적인 기원은 하고 싶지 않다. 창작의 세계가 바깥세상에서 보듯이 화려하고 멋진 세상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글을 쓰는 동안은 가슴속 한 줌의 기억과 문학적 감성까지 짜내는 고통의 시간도 있을 것이지만, 그 시기를 넘길 때마다 찾아오는 희열을 느끼기 위하여 사람들은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저자들도 자신의 글이 책이 되어 나올 때쯤이면 그런 희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맛볼 충분한 자격을 갖추게 될 것이다.
저자들이 문학적 장도에 들어선 것을 축하하며, 앞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고뇌의 시간마다 작은 위로라도 건네고 싶은 마음에 두서없이 글을 적어 본다. 항상 글쓰기가 힘들어질 때마다 자신이 무엇을 위하여 손에 펜을 쥐었는지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한 권의 책이 두 권이 되고, 두 권의 책이 세 권이 되는 모습을 그리며 차분하게 각자 저만의 작가 생활을 즐기게 되기를 바란다.
작년 이맘때쯤인가? 브런치 은후 작가가 자신의 강의 수강생들이 쓴 글을 모아 엮은 '달빛이 엿듣는 수요일 이야기'라는 책에 우연찮은 계기로 격려사를 쓴 일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책으로 출간한 '눈물도 쓰면 책이 된다'라는 책에도 격려사를 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물론 창작을 처음 시작하는 예비 작가들의 글을 모은 책이므로 능숙한 글 맵씨를 기대하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책의 글은 그런대로 날 것 그대로의 재미가 있는 글들이다. 나도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때 이랬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격려와 위안이 되는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혹여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쓰기를 시작한 분들께도 어줍짢은 이글이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