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겨울인 거다
실핏줄 불거진 손등처럼
푸석하게 말라버린
나뭇잎은 초겨울 바람에 휩쓸려
거리를 뒹굴고 있고
화사하던 혈색 잃은
국화꽃은 길가 손수레 위에
후끈거리는 열기熱氣 가득한
황달 걸린 얼굴로 피어오른다
저 멀리 잘린 밑동만
군기 바짝 든 훈련병처럼 도열堵列한
연병장 같은 논바닥에 스며든 겨울이
어느새 거실 창을 두드릴 때면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에게
겨울옷과 겨울 이불을
가져다 드릴 계절이 다가온 거다
이만하면 충분히 겨울인 거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와 에세이로 씁니다. 가끔 책을 읽은 서평도 쓰고, 마음 내키면 소설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