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신청이 뭐가 어려운데?
브런치에 처음 가입했을 때 사실 누구나 다 작가로 선정되리라 생각했다. 작가 신청과 심사는 브런치라는 새로운 앱의 수준을 높이는 수단일 뿐 사실상 준회원에서 정회원 되듯 등급 향상 정도일 거로 생각했다. 탈락이라는 실패의 고배도 맛보지 못했다. 나도 작가가 되는 곳이라면 분명 신청만 하면 다 작가로 선정됨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의욕만 과다하고 진심이 부족했다. 내 얘기가 없었고 역시나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매일 한 개씩 꾸준히 올려 금세 브런치 북 하나를 뚝딱 완성했지만, 브런치 북 완독은커녕 글 하나도 한 명이 읽을까 말까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중 아빠가 갑작스레 돌아가셨고 여러 상황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겹쳐 정신적 힘듦이 몰려왔다. 친구들이 모두 버스로 2시간, 터미널까지 가는 것까지 포함하면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지방에 거주하는 터라 몇 년간 못 보고 살았으나 무리해서라도 주에 한 번씩 만나러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아침 10시에 고속버스를 타도 친구를 만나면 13~14시, 올라오는 버스는 20시가 막차였기에 나는 매번 새벽에 택시를 타고 올라왔다. 그렇게 현실 속에서 방황하느라 브런치에 들어오거나 글을 쓰지도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1년 반 만에 다시 브런치에 들어왔을 때였다. 누군가에겐 브런치 작가 선정이 손꼽아 기다려지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여러 차례 다시 도전하는 분들의 기회를 내가 빼앗는 것 같았다. 부끄러움에 모든 글의 발행을 취소했고 그때부터 내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다. 조회수에 처음 1이 올라가던 그 순간 얼마나 짜릿했는지 모른다. 그 숫자가 뭐라고 일희일비했는지, 더 많은 사람에게 내 글이 읽히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물론 맞구독을 바라는 마음에 구독을 누르는 분도 계시겠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찾아서 읽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나는 모순적인 사람이다. 분명 많은 작가님을 댓글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고, 내 글이 읽힘으로 뿌듯함과 감사함이라는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자체가 행복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 브런치라는 가상의 공간 속 내가 아닌 현실 속의 나를 아는 누군가가 볼까 봐 마음 한쪽엔 여전히 내 삶을 적어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엔 나 같은 사람도 살고 있으니, 나만큼 고군분투를 겪어온 사람에게는 위로를, 나보다 고군분투를 덜 겪어온 사람에게는 감사를 느끼게 되는 글을 적고 싶다.
추가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는 모든 예비 작가님께 감히 한 마디 적어 보자면 저도 작가가 되었으니 꼭 되실 거라고, 이미 아주 훌륭하시고, 분명 저보다 나은 작가가 되실 겁니다. 응원합니다! 작가님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