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먹던 소녀
# 18
바야흐로 내 나이 6살,
계모의 학대로 원형탈모를 앓고 있을 때였다. 집에선 배고프다고 말하면 분명 밥 반 공기에 간장 반 통을 콸콸 부어 주실 게 뻔했다. 갈수록 내 손톱은 영양실조로 까맣게 물들어 갔고 정수리는 텅 비어갔다.
“너네 모래 먹을 수 있어?”
“모래를 어떻게 먹어?”
“난 먹을 수 있어!”
“우와 진짜? 먹어봐!”
또래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사실 내가 모래를 한 움큼 집어넣은 건 먹을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 뭐라도 넣어야 했다. 집이 있지만 집이 없었고 음식이 있지만 먹을 수 없던 내게 그 날 놀이터의 모래는 특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