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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 Sep 20. 2023

6살에 원형 탈모요?

제가 겪어봤는데요


#3


 내가 6살이었을 때다. 태어나기 전인지 태어난 직후인지 내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각자 새로 만나는 상대가 있으셨다.


 일이 생겨 잠시 아빠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아빠가 만나고 계신 여성분께 갑작스레 나타난 나는 눈엣가시였던 듯하다. 그 분은 아빠와 할아버지가 계실 때는 천사의 탈을, 집에 둘만 남겨질 때면 악마의 모습을 보이셨다.


 하루는 내가 배가 고프다고 하니 주방에 뚜벅뚜벅 걸어가시곤 밥 반 공기에 간장을 한가득 부어서 먹으라며 주셨다. 당시 집 방 한 개의 문고리가 반대로 끼워져 바깥에서 문을 잠글 수 있었는데 간장밥을 보며 머뭇거리는 나를 방에 넣어두곤 바깥에서 문을 잠그셨고 다행히 단독 주택이라 어렵지 않게 창문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씻겨 주겠다며 때 수건으로 피부가 벗겨져 피가 날 때까지 밀거나 머리를 빗겨주겠다며 머리를 일부러 뽑기라도 하는 양 잡아 뜯는 건 일상이었고 어느샌가 내 정수리는 텅 비어있었다.


 지금은 미용실에 가면 머리숱이 워낙 많아 농담으로 환대받지 못하거나 중요한 촬영이 있을 때는 가발인 줄 알았다며 부러움을 산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의 황망했던 기억 덕에 앞으로 써 내려갈 내 ‘삶이 뭐 이래’​ 매거진이 고군분투를 견뎌낸 일화로 풍성해질 것이다. 그러니 나를 동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나는 비관적이지 않고 꽤 만족스러운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니까. 동정과 연민 대신 열원과 성원이길,


사진은 5살의 나 (사실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볼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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