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마스 Sep 24. 2023

너 내 친구 맞지?

내 죽음을 바라는 친구


#4


사람이 열 명 있으면 그 중 셋은 나를 이유 없이 좋아하고, 다른 셋은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

 

 지금 생각하면 참 고마운 친구(이하 “굥”이라 칭함)가 하나 있다.


 내가 중학생이던 때였다. 굥이는 처음 본 순간부터 내가 싫었다고 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냥 싫다고 했다. 하루는 내게 약이라도 사줄 테니 먹고 죽어달라 애원했다지.


 나는 고등학생 때 타지로 이사를 하였지만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원래 살던 곳에 친구들을 만나러 내려가곤 막차를 타고 올라오는, 지하철 왕복 6시간의 여정을 반복했는데, 가끔 한 번씩 굥이를 마주치면 나를 혼자 있게 만드는 게 목표인 굥이는 꼭 할 말이 있다며 내 옆에 있던 친구를 모두 데려갔다. 검은색 티셔츠에 검은색 치마, 분홍색 벨트를 한 날이었다. 굥이는 여느 때와 같이 내 옆에 있던 친구를 데려가곤 시선은 내게 고정한 뒤 친구에게 말했다.


 ”쟤 아직 안 쳐 죽었네? 옷은 왜 저 지랄이래? 쓰레기를 주워 입었나 봐.”


 최근 굥이의 결혼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여전히 나를 싫어한다는 소식도 함께,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감정 소모만큼 힘든 것도 없는데 나를 위해 이 오랜 시간 감정을 소모한다는 게 참 고맙다고,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온 마음을 다해 싫어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6살에 원형 탈모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