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 행동은 죄지 이 녀석아
#2
”셋 중에 여자가 보기엔 누가 예뻐?“
“나는 세 번째랑 첫 번째, 근데 누군데?“
학생 때였다. 10개월간 호감을 느끼고 연락을 이어온 썸남*이 인플루언서라는 세 명의 여자 사진을 보내왔다. 한 달쯤 지났을까? 한 여성분께 메시지가 왔다. 누구냐고, 당황스러웠다. 내가 연락을 받았는데 나보고, 누구냐니. 나는 되려 누구시냐? 반문하려다 느낌이 싸해졌고 ‘여자친구시냐?’고 여쭸다. 맞았다. 1년 가까이 연락해 온 남자가 이미 1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있던 것이다. 심지어 내게 보낸 세 장의 사진 중 두 번째 사진 속 그 여성. 비상식적인 생각이긴 하나 본인의 여자친구가 남이 보기에도 예쁜지 궁금했나 보다. 어쩌면 나머지 둘도 몰래 만나고 있던 사람인데 누가 제일 예쁜지 묻고 싶었던 걸 수도 있겠지. 어찌 됐든, 그 당시 나는 여성분께 여자친구가 있는 걸 알았으면 절대 연락하지 않았을 거라고 사과를 드렸고 곧장 연락을 정리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왜 사과를 ..? 나도 당한 건데)
서로 5~6시간 정도 거리에서 살던 터라 만나는 게 쉽지 않았고 그 때문인지 가볍게 일상을 묻는 정도? 다만 매일 연락을 한다는 게 친구와 달랐던 사이라 정리가 어렵지 않았다. 한데 이게 웬걸? 연락을 정리한 다음 달에 사과하겠다며 내 앞에 나타났다. 사실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니 자살 소동을 벌였다나? 기가 차면서도 어쩌다 사람이 저렇게까지 되었는지 화보단 당혹스러움과 측은한 마음에 밥만 먹고 내려가라고 식당에 데려갔다. 때마침 흘러나오는 ‘다비치의 두 사랑’이라는 노래. ”우와! 네 노래다! 네가 온 걸 어떻게 알았지?“ 나는 밥 먹는 내내 놀려주었고 우린 그날부로 서로의 연락처에서 지워졌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니? 여전하니 아직?
썸남*
썸남이란 썸씽(something)+남(男)과 같은 의미로 약간의 관계가 있는 남자를 칭하며사귀기 전의 좋은 관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