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을 지내는 올 한 해 동안 나 홀로 제주 올레길 완주를 목표로 걷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올레길을 혼자 걷는다고 하면 제일 먼저 무섭지 않으냐고 묻는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지만 걸을 때는 혼자라도 무섭지 않다. 길을 나서기 전에는 잘 걸을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걸으면서 만나는 풍경이 길동무가 되어준다. 초여름 바닷가엔 땅채송화 무리와 갯까치수염이 반짝거리며 손을 흔들고, 갯메꽃과 하얀 땅찔레꽃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혼자 올레길 완주를 목표로 걷는 이유는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길을 걸으면 예측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하기도 하고, 삶의 고민들에 대한 해법을 뜻하지 않게 찾기도 한다. 매번 비슷한 길을 걸어도 그날의 감정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다르다. 내가 목표한 만큼 걷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컨디션의 난조로 중간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걷기다.
오늘도 나는 지난 올레길 풍경사진을 보며 어떤 코스를 걸어볼까? 생각한다. 불안을 멈추고 시선이 머무는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