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래저래 마음이 많이 상하는 일이 있었다. 마음이 상한 이유는 작고 사소한일이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 일이 그렇게 서운할 일인가 싶지만 나는 그 일이 몹시 서운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의 서운함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마음을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주지 않은 사람에겐 마음 상할 일이 별로 없다.
몸이 지치는 건 금방 알아차린다. 하지만 마음이 지치는 건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마음이 지쳐 있을 땐 마음이 쉽게 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어렵다.
마음도 많이 쓰면 지치고 쓸쓸해진다. 몸도 마음도 지치면 쉬어야 한다. 사람마다 쉬는 방법은 다양하다. 잠을 자거나 여행을 하거나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등 등. 나는 고독하기를 선택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사람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고, 자연의 품 안으로 숨어든다.
숲길을걷고 나무와 식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쓰다듬는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살금살금 가을 그늘 곁으로 숨어 쉬었다. 그제야 숨이 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