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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나무 Oct 25. 2022

사람의 눈만 한 렌즈는 없지

'금오도 비렁길'을 다녀와서

 올해는 유독 이 가을이 금방 저물어버릴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날이 추워지기 전에, 가을이 다 가기 전에, 

2년 전 다녀왔던 금오도 비렁길, 그곳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금오도 비렁길’은? 

 ‘비렁’은 순우리말인 ‘벼랑’의 여수 사투리로, ‘비렁길’은 해안절벽과 해안단구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다.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하러 다녔던 생활의 터전인 금오도 비렁길은 2010년 길이 조성되자마자 빼어난 풍광으로 소문이 나면서 매년 3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남해안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로 알려져 있다. 

금오도 비렁길 및 여객선 운항 안내 

 금오도 비렁길 코스는?

1코스 : 함구미~두포, 5km, 2시간 소요, 2코스 : 두포~직포, 3.5km, 1시간 30분 소요

3코스 : 직포~학동, 3.5km, 2시간 소요, 4코스 : 학동~삼포, 3.2km, 1시간 30분 소요 

5코스 : 삼포~장지, 3.3km, 1시간 30분 소요. 


 ‘금오도 비렁길’에 가려면?’

 여수시 남면에 위치한 금오도는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돌산 신기항, 백야도 선착장을 이용하여 갈 수 있는데, 돌산 신기항이 가는 배편도 가장 많고(1일 왕복 7회 운행), 소요 시간도 25분(다른 곳은 1시간~1시간 30분 소요)으로 가장 짧기 때문에 대체로 돌산 신기항을 통해 금오도로 가는 관광객들이 많다. 


 승선표를 사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하여야 하는데, 사진으로 찍은 신분증은 효력이 없다. 돌산 신기항에는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은 사람들도 현장에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하여 승선표를 구매할 수 있도록 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승선표는 현장에 도착한 본인이 직접 발권을 하도록 되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자가용이 좋을까?

 내가 내린 답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이다. 물론 여수에서 돌산 신기항까지, 그리고 금오도 내에서도 버스가 있긴 하지만, 횟수가 적어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금오도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려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배가 한 번 운행할 때 차 50대를 실을 수 있다고 하니, 승선표를 구매할 때 차량 승선을 위한 표를 같이 구매하면 된다. 참고로 금오도 내에 택시 두 대가 있다고 하는데, 시간 약속을 잡기도 어렵고 요금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위험 부담이 있다는 현지인의 조언이 있었다. 다만 비렁길 각 코스를 완주할 경우 주차해 놓은 곳으로 다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므로 완주를 원하는 사람은 자가용이 불편할 수도 있다. 참고로 1,3코스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아도 중간에 주차한 곳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비렁길 1코스 광경

 내가 다녀온 비렁길 1코스

 비렁길을 처음 간 것은 2020년 가을, 10월 중순이었다. 청명한 가을 날씨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날 유난히도 파란 가을 하늘과 어우러진 진한 에메랄드빛 한려수도(麗水道)의 아름다운 빛깔에 흠뻑 빠져버렸다. 깎아지른 비렁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서 아찔하게 내려다 보이는 에메랄드빛 남해와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을 보노라면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금오도 비렁길 1코스는 함구미에서 두포에 이르는 5km 구간으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함구미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짧게 이어지는 동백숲을 지나니 금세 시원스레 바다가 펼쳐졌다. 발끝으로 내려다 보이는 미역널방의 웅장한 비경에 ‘턱’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저절로 인사를 건네게 되는데, 그런 나를 보고 친구는 붙임성이 좋다며 놀렸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전설이 살아 있는 송광사 절터를 지나 삼거리 이정표에서 길을 꺾어 차를 주차해 놓은 함구미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들렀던 식당에서 맛보았던 방풍 전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다녀온 비렁길 3코스

 비렁길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비렁길의 최고는 직포에서 학동에 이르는 3코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3코스를 가기로 했다. 돌산 신기항에서 출발한 배는 25분 만에 여천항에 도착했다. 3코스를 가기 위해 차를 몰고 직포항에 도착하니, 300년 넘은 해안 노송이 위엄 있는 자태로 서 있었다. 


 3코스의 시작은 동백숲이다. 언제부터 이곳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동백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길은 한낮인데도 어둑어둑하다. 간간이 동백터널이 끝나는 곳에 빛이 들어오는데 이 풍경이 또한 장관이다. 넋을 놓고 구경하느라 발걸음이 늦어졌더니, 혹시 무릎이 약한 나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염려하여 일행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동백이 필 때 오리라고 동행한 사람과 약속했다. 3코스 중간중간에 이런 동백숲이 있어서 미끈하고 가느다란 동백의 자태를 맘껏 볼 수 있었다.

비렁길 3코스의 동백나무 터널
비렁길 3코스의 동백나무 터널

 동백 숲에 마음을 빼앗기고 걷다 보니 어느 순간 아찔한 비렁 아래 소나무 사이사이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광경에 탄성이 저절로 쏟아져 나왔다. 사실 섬에서 태어난 나는 바다에 대한 로망이 그다지 없다. 그런데 유독 이곳 비렁길에서 바라보는 바다만은 예외였다. ‘갈바람통 전망대’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먼 바다로 눈길을 보냈다. 해무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매봉전망대’에 이르면 파랗고 시원한 바다와 함께 왼쪽으로 크고 작은 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3코스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아찔한 ‘비렁다리’를 뒤로 하고 길을 꺾어 차를 주차해 놓은 직포로 돌아왔다. 

비렁길 3코스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비렁길 3코스의 풍광
비렁길 3코스의 풍광

 당일 서울로 돌아와야 해서 현지 식당에서 식사를 못했는데, 여천항에서 본 자연산 소라와 멍게, 전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방풍으로 만든 방풍 전을 먹어보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쉽다.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이니, 남은 비렁길 2,4,5코스를 걷고, 방풍 전, 그리고 자연산 멍게와 전복을 맛볼 날이 머지않으리라 기대해 본다.

금오도 여천여객터미널에서 본 자연산 소라


금오도에 지천으로 자라는 방풍

 ‘백문(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니, 직접 가서 보시길 

 비렁길을 걷는 동안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에 담아보려고 애써 보았지만, 한정된 프레임 속에 빼어난 절경이 오롯이 담기지 않았다. 여러 차례 핸드폰 카메라를 열어 사진 촬영을 시도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한 마디 건넸다. 

 ‘사람의 눈만 한 렌즈는 없지.’  

 맞는 말이다. 어차피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으니, 포기하고 사진 찍는 횟수를 줄였다. 그냥 눈에 담아 가서 글로 남기는 수밖에. 하지만 당연히 글로도 부족하다. ‘백문(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니 직접 가서 보는 것이 최선이다.

(참고 : 금오도에 배가 도착하면 여천항 여객터미널에 있는 안내원들로부터 각 코스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들을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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