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섬은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섬으로 덕풍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과 산곡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팔당대교를 건너다 서울 쪽을 바라보면 한강 위에 물살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선을 그리며 당정섬이 아름답게 떠 있습니다. 당정섬은 1989년 10월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한강종합개발사업에 의한 지속된 골재채취로 완전히 사라졌으나, 자연스러운 퇴적작용으로 2000년대 들어서 섬의 일부가 다시 복원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당정리(堂亭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법정동이 하남시 당정동으로 사람은 살고 있지 않습니다.
당정섬 맞은편에 있는 당정뜰은 한강 중류의 배후습지로 팔당대교 바로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덕풍천과 한강 본류가 만나는 곳에 자연적인 삼각주 형태로 조성된 수변공원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2년여 동안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리하에 한강 팔당지구 정비사업으로 연못, 산책로, 자전거도로 그리고 조류관찰대 등을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이곳 당정섬과 당정뜰은 터줏대감인 큰고니와 오리 등을 비롯하여 멸종위기종 14종, 천연기념물 13종이 생명을 품고 키워내는 건강한 땅입니다.
덕풍천 쪽에서 당정뜰로 들어서면 먼저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메타세쿼이아길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당정뜰 메타세쿼이아길은 1999년부터 하남시 공사현장에서 버려지는 나무를 살리고자 도시숲인 나무고아원 조성과 함께 기증받은 나무를 공무원들이 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 2007년부터 덕풍교에서 산곡교까지 1.2km 구간에 404그루의 메타세쿼이아를 심어 조성된 길입니다. 오늘날 그 나무들이 자라 많은 사람들이 걷고 싶은 길이 되었습니다.
당정뜰은 걷기를 사랑하는 친구가 저에게 소개해 준 보석 같은 곳입니다.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길게 이어지는 길, 누구라도 처음 이 길을 만나면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초록이 빛을 더해가는 요즈음에는 이 길을 걷는 즐거움이 한층 더해집니다. 지난 3월 1일에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아직 겨울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4월 첫째 주에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초록이 신비로운 새순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4월 둘째 주, 제법 자란 잎들이 연초록으로 빛나고 있었고, 셋째 주에는 어느새 초록이 제법 짙어지고 있었습니다.
걷기를 좋아하는 저는 아주 가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걷고 있는 제 등을 누군가가 기분 좋게 받쳐서 밀어주는 느낌, 그래서 마치 제 발이 땅에 닿지 않고 공중에 떠서 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오늘 메타세쿼이아의 봄의 신록 속을 걸을 때 제 기분도 그랬습니다.
당정뜰에는 수령이 15년이 넘어 지금은 듬직한 품격을 지닌 메타세쿼이아 404그루가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조성된 습지가 품고 있는 나무와 들꽃들이 있습니다. 한강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있고, 그 맞은편으로 아름다운 당정섬이 보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언제라도 함께 걷고 싶은 뜰입니다.
당정뜰을 산책하며 나무를 심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도 아름답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아 더욱 빛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당정뜰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봄기운을 받아 몸이 가뿐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