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 나무 Nov 03. 2022

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 2’를 읽고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지난 9월부터 지역 독서모임에서 일주일에 책을 한 권 정해서 읽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 이번 주에 읽은 책이 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 2’였다. 나는 전쟁과 관련된 소설, 영화 등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 책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작가는 전쟁에 얽힌 일화나 어려운 전략과 전술을 스타크래프트 게임이나 요즘 시대의 유머 코드에 맞추어 서술하거나,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나라 전쟁의 경우와 비교하여 설명함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전개했다.


 세상에 대한 관심의 폭과 눈이 조금 넓어졌을 때 국가와 민족의 지정학적 위치가 정치, 경제, 문화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국가 간의 정치, 경제, 문화는 지리적 특성을 이해해야 그 연결고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국가와 민족 간의 전쟁도 그들이 살았던 공간의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접근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이 책에서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들을 찾아 정리해 보았다
 1.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전략과 전술 : 국가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주력 군인의 형태가 결정되며, 협곡이나 물살의 방향, 안개 등 싸움이 벌어지는 곳의 지리적 특성이나 그로 인한 기후 등을 고려한 전략과 전술이 승패를 결정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중, 고등학교 시절 지리 시간이 떠올랐고, 과연 지리 선생님은 지정학적 위치와 지리적 특성을 정치, 경제, 문화와 얼마만큼 관련지어 설명을 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 교사가 있었을까? 아니면 중, 고등학생으로서 나의 사고력이나 지식이 교사의 교수 내용을 종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갖추지 못해서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유가 무엇이었던 중, 고등학교 시절 지리를 재미있게 공부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아쉽다.
 2. 지피지기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싸움을 해야 하는 적은 물론이고 아군의 과거 전투 내용 등 정보를 분석하여 전략과 전술을 펼쳐야 승리할 수 있다. 
 3. 역발상 : 바다로 쳐들어올 것이라는 로마군의 예상을 깨고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간 한니발이나, 콘스탄티노플 함락 시 산을 넘어 배를 이동시킨 메메드 2세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역발상을 통한 전술과 전법을 구상해야 승리할 수 있다.
 4. 군인들의 사기 : 마라톤 전투의 승리를 아테네에 알려 아테네 군의 사기를 진작 시키고 페르시아 군의 사기를 저하시킨 경우나, 프랑스 군대의 사기를 진작시킨 잔다르크처럼 군인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5. 병력 배치 : 전쟁에서 병력 배치가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6. 우연성 : 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1군단과 2군단 사이 50킬로미터 사이에 우연히 길을 잘못 든 영국 군을 보고 포위될 것을 염려한 독일 군이 후퇴를 하게 되어 패전하는 것처럼 때로는 전쟁에서 우연한 일이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인간은 내적 의지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다.’라고 한 홉스의 말처럼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은 경제적 이권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세까지 유럽의 전쟁은 대체로 해상무역상 중요한 지역인 지중해의 패권을 둘러싸고 일어난 것들이 많았다. 4차례에 걸친 페르시아 전쟁은 당시 지중해를 장악하고 있던 그리스를 페르시아가 침략함으로써 시작된 전쟁으로 그리스가 승리했다. 3차례에 걸친 포에니 전쟁은 당시 아프리카 북부에서 성장한 도시국가로 지중해를 장악하고 있던 카르타고를 로마가 공격함으로써 일어난 전쟁으로 로마가 승리함으로써 카르타고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콘스탄티노플 함락전도 지중해 패권을 차지하려는 투르크의 메메드 2세가 비잔틴 제국을 공격하여 멸망시킴으로써 지중해 해상무역권을 장악하게 된다.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은 표면상으로는 왕위 계승을 둘러싼 갈등이었으나, 경제적 갈등이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도 겉으로는 후발 자본주의 국가인 독일이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를 상대로 한 식민지 쟁탈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소수의 독점 재벌과 대다수 민중의 부의 양극화가 극심하여 노조 파업 등 사회적 문제가 많았는데, 이러한 폭력화되어가는 계급 간의 갈등과 불평등으로 인한 폭발의 우려를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를 표방하여 외부로 분출시켜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초반에 흥미를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거의 다 읽어 갈 즈음인 1차 세계대전 부분에서는 더 이상 전쟁에 관한 것을 알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과연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을 제외하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라는 의문과 회의가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인류의 역사는 전쟁사구나.’라고 생각했다. 본문 중에 ‘고대 인류의 화석을 보면 15% 정도가 싸우다 죽었다는 결론이 나온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1,2차 세계대전 때 전체 인구 중에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을 때가 3퍼센트라고 하니까, 그 이전까지 인류는 삶의 대부분을 전쟁을 하며 보낸 것이다. 우리 인류는 대체로 전쟁만 하다 사라지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것이다.


 전쟁은 인간의 욕망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전쟁으로 인해 인류의 비극적인 역사가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인류의 전쟁사에 많은 흥미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전쟁의 과정 속에서 인류가 쌓아 온 최고의 지식과 최대의 지략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또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이나 본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쟁은 피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지식의 역사이며, 인류 문명과 문화의 대 전환점이 되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아니러니하게도 전쟁으로 인해 인류는 문화를 꽃피우기도 한다. 전쟁 후 인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한 회의와 좌절을 철학과 문학과 음악, 미술 등에 담아내며 내적인 성장을 하고, 과학기술도 자성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을 한다. 

과연 인류에게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역사를 대하는 시각이 담긴 서술 장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