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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빈 Mar 31. 2024

웬걸 번아웃이 왔습니다.

이런... ㅎ 

번아웃이 왔습니다. 3년 만에요. 

일로 번아웃이 오면 끊기라도 할 텐데 사람으로 온 번아웃은 정말 시간이 약이라 답답할 뿐입니다.


번아웃이 온 상태를 인지하는 과정은 너무 숨이 막혀옵니다. 전 이 감정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이전 직장을 다니면서 출근할 때마다 차에 치이고 싶고, TV만 틀면 저렇게 죽음의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왜 나에겐 그런 상황이 오질 않는 걸까. 아직도 삶에 미련이 남아서 그런 것일까. 

계속 고민하다 아 이젠 정말 죽어도 괜찮겠다 싶을 때쯤, 번아웃을 자각했습니다. 

아 지금 내가 지쳐있구나. 그전까진 제가 지쳐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저 모두가 힘든 일상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자각한 상태입니다. 

그동안 조금씩 쌓여왔던 신경쓰임이 모여 마치 스노우볼을 굴리듯 이렇게 커진 거겠죠.



올해 초, 신점을 보러 갔었습니다. 


"삼재도 아닌 것이 왜 이렇게 삼재처럼 3년을 버텼어. 올해는 정말 승승장구할 거야. 정말 잘될 거야. 고생 많았어."


약 2년 전부터, 삼재도 아닌 것이 삼재마냥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람의 대한 증오심도 커지면서 모든 게 다 싫었습니다.

그분이 이야기 한 '억지 인연' 그 한 단어 때문에, 제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느낌이었으니까요. 

하루하루 나는 무엇 때문에 인생을 사는가. 그 고민 하나로 매일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는데,

회사 때문에 버텼습니다. 그만큼 출근하고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정말 즐겁습니다. 

오죽하면 뼈를 묻겠다는 마음으로 다닐까요. 


ㅡㅡㅡ

제가 살면서 멘토로 삼은 분이 딱 한 분 계십니다. 그분께 인생을 배웠고, 삶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제 고등학생은 오롯이 그 선생님의 이야기로 채워졌을 만큼요. 지금은 뵐 수 없이 떨어졌지만, 가끔 꿈에 나오시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도 제 고등학생 때의 선생님과 같은 분이 계십니다. 가끔 서로 다른 의견으로 충돌이 발생하긴 하지만 그 순간에도 배울 점이 많아 정말 즐겁습니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유일하게 저도 모르게 의지하는 분입니다. 

ㅡㅡㅡ


...


일은 항상 예상치 못할 때 터집니다.


그동안 A가 제 뒷담을 많이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가뿐히 무시할 정도고 한다 해도 직접적인 타격도 없었거든요. 그 사람이 내 뒷담을 한다는 사실을 또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해 들으면서 그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 A에게 '왜 그랬냐?' 묻기도 시간이 아까웠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바쁜 것도 한몫했습니다. 일로 바쁜데 왈가왈부할 시간이 어디 있나요. 그런데 A와 대화하던 도중 저에게 그러더군요.


'너 이전 팀에 있었을 때, 다른 팀 사람들이 너 뒷담 진짜 많이 했었다. 알고 있니?' 


평소 같았으면 가뿐히 무시했을 말이, 왜 아직까지 가슴속에 남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뒷담이 나왔나 물었는데, 일을 제대로 안 해서랍니다. 회사에서 회의감이 왔습니다.

나와 함께 제대로 일 한 적도 없는 사람이, 거기다 같은 직종이 아닌 사람이 내가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뒷담을 한다라. 

그 뒷담의 시발점이 누구인지도 압니다. 그래서 더 화가 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동안 그 팀에 제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도 압니다. 그 말의 시발점이 누구인지도 알구요. 무슨 생각으로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물었는데, 이유 없답니다. 그냥 아는지 궁금하답니다. 

그 말을 듣고 퇴근하는 내내 얼마나 울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무시할 일이 왜 그렇게 크게 왔을까요. A와의 있었던 일들로 채우면 책 한 권이 나올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굳이 회사에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할 필요성도, 가치도 없었고 굳이 그 상황에 함께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해서 제가 얻는 게 무엇이 있을까요. 시간만 아까울 뿐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회사 내에 사람과 싸웠다고 개인적인 감정을 업무에 녹이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래서인지 업무적으로 싸운 사람이어도 감정은 배제하고 업무를 했었습니다. 회사에서의 목표는 그 사람과 감정을 쌓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의 수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 말을 들은 후에도, A를 원망하며 일하진 않았습니다. 감정을 앞세워 일하진 않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이야기해 놓고도 앞뒤가 다르게, 회사 사람들을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 유명하다는 피해망상이 찾아왔습니다. 제 자신에게도 실망했습니다. 



불편한 일은 항상 연달아 터집니다. 


저번 주 화요일, 미팅을 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분이라 합니다. 전년도 업무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의 대한 건설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채운 미팅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무너지는 시간은 단 5초도 안 걸립니다. 


'ㅇㅇ씨는 작년에 회사에서 준 월급도 시간도 그냥 다 내다 버리신 거예요.'


앞뒤 전후 사정 모든 걸 따지면, 회사의 모든 업무를 까고 이야기해야 하는 거라, 앞뒤 상황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저 제가 놀란 건, 회사 대 회사로 업무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 처음으로 타 회사의 직원을 본 상황에서 왜 그런 말을 나에게 하지? 의 대한게 컸습니다. 하다 못해 같이 들어간 저보다 높은 직급의 상사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냥 ㅎㅎ 하는 상황에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작년에 함께 일하지 않은 분이어서, 몰라서 덧붙이는 이야기를 안 하신 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젠 제가 그런 것까지 이해할 힘이 없습니다. 


ㅡㅡㅡ

아. 전 사람을 분석하고 관찰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정확히는 중학생 때부터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특성을 파악하고, 관찰하고, 기억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한번 본 사람과는 그 사람의 분위기나, 그곳의 상황 특징을 곧잘 기억하는 편입니다. 제가 배우의 꿈을 꾸고, 연기를 좋아했던 이유도 이런 부분 때문에 좋아했었습니다. 인물분석.. 짜릿하거든요. 

ㅡㅡㅡ


평소 같았으면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나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왜 같은 회사 상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을까? 의 대한 것들을 곰곰이 생각하고, 그 상황에서 제 업무의 대한 걸 다시 더 피력했었을 텐데, 그럴 힘이 나질 않았습니다. 어쩌겠어요. 그분이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저에게 월급 허투루 썼다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과의 미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이야기하는 모든 말에 그냥 맞다고 끄덕거리기만 했습니다. 그저 이 지옥 같은 시간이 빨리 끝나길 바랐습니다. 더 이야기할 힘도, 들을 힘도 남지 않았습니다. 남이 알지도 못하면서 판단하는 이야기에 무너지는 것이 웃기기도 합니다. 근데 너무 지쳤습니다.


그 사람에게 저는 회사 돈 축내는 사람으로 기억에 남겠죠.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는 말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신 연락드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감정이 업무까지 들어오는 걸 굉장히 싫어하고 그런 사람들을 최악의 사람으로 생각하며 사회생활 했는데, 카카오톡 차단했습니다. 그래도 정신은 붙잡고 전화번호 차단은 하지 않았습니다. 재밌죠.. 이것도 일종의 사회생활이라 생각하고 그랬는지.. 스스로에게 저는 최악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 재밌었던 건, 그 사람이 이야기했던 건설적인 이야기들이 이미 작년에 다 경험해봤고, 진행의 대한 결과도 나와 이미 판단할 수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에서 와..! 이런 방법이 있구나..! 하는 것들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론은 돈이었으니까요. 이제 와서 이야기하지만.. 시간 낭비하는 일에 목숨 걸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보다 더 중요도 높은 일들이 있었으니까요. 그 정도도 모르는 병신은 아닙니다. 



일주일 중, 화요일에 있었던 일은 일주일이나 저를 숨 막히게 했습니다. 이전 A와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저를 한 번에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가성비 좋지 않나요? 사람을 무너지게 만드는 건 5초면 충분합니다. 회사에 2년 동안 있으면서 한 번도 출근할 숨 막히지 않았는데 가슴이 너무 답답하더라구요. 매일 아침이 힘들고, 업무 하면서도 가슴이 너무 답답해 물만 마셨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게 정말 즐겁고, 일이 힘들어도 얼른 회사 가서 빨리 일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다녔는데, 그 회사가, 사람이 저를 옥죄이게 합니다. 회사와 사람은 분리시키고 싶은데, 일상의 반이 회사이고, 그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게 너무 화가 납니다. 

고민이 고민을 낳고, 고민이 고민을 낳으며 점점 스스로가 무너지고 있는 걸 느낄 때쯤, 이제 그냥 전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항상 20살이 되면 자살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8년이나 더 살아버렸어요. 꾸역꾸역 산 건지, 어쩌다 살아가진 건지, 정말 제가 더 나은 인생을 살고 싶어서 산 건지.

전 3번이라 생각했는데 아뇨, 지금 생각해 보니 꾸역꾸역 산 것 같습니다. 그만 무너지고 싶어요. 


좀 안타까운 건 이젠 번아웃이라는 걸 파악하는 시간이 빨라졌습니다. 평소 이런 일이 남에게 발생하면, 퇴사하라 줄곧 이야기했던 저였는데, 퇴사는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아쉬운 게 너무 큽니다. 참 재밌죠. 죽고 싶은 생각과 퇴사는 하기 싫다는 생각이 공존합니다. 그럼 뭐 어쩌란 말이냐. 그러게요 어떡할까요.


번아웃을 이겨내고 싶습니다. 

이 생각을 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저는 바뀔 수 있는데, 상대는 바뀔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너무 컸습니다. 특히 상대의 생각을요. 언제든 저는 다시 무너질 수 있는 칼자루를 상대에게 준 것 같은 느낌이 저를 더 숨 막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번아웃을 이겨내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래서 주변에 물어봤습니다. 

운동, 게임, 나만의 시간 등등..

4월이 되면 헬스 시작해야지 했는데, 웬걸 버스에서 넘어지면서 인대 늘어났던 발목에 금이 가버렸습니다. 

이런.. 

게임.. 항상 하고 있긴 합니다.. 

나만의 시간.. 책 읽는 걸 좋아해서.. 게임과 책 읽기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럼 전 이제 무엇을 하면 될까요.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죽음의 문턱에 가까워진 기분을 잘 압니다. 그땐 정말 그 판단이 옳다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면 그 기분이 너무 소름 끼치게 싫고, 살고 싶다는 말이 이중적인 뜻이 되는 게 정말 싫습니다. 그래서 번아웃을 이겨내고 싶어요. 이대로 두면 정말 제가 죽을까 봐 두렵습니다. 그래서 쓰는 글입니다. 번아웃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아보려 합니다. 글이라도 쓰고 싶어서 더 살고 싶지 않을까요. 뭐라도 하려 합니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일상에서 저에게 일을 묻진 말아 주세요. 현실과 구분하고 싶습니다. 

다음 주도 어디 한 번 이겨내 보겠습니다. 



아 재밌던 건, 강남이었으면 출퇴근길에 차에 치이고 싶다는 생각을 할 텐데 역과 이어져있는 회사여서 차를 마주할 시간도 없더라구요. 역과 이어져 있는 회사는 이런게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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