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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Jun 15. 2024

공감하다

- 한담객설(閑談客說)

공감하다


- 김용기



제무시(GMC)였지

그때는 밟는 대로 나갔거든


못돼도 경운기는 되겠거니 싶었는데

인자 입도 못 열어

마누라 옆구리 찔러본 지 꽤 됐지

만사가 구찮다네

군대도 아니고 거실 TV를 끄면

각자 자기 방으로 간다니께

인사는 무슨, 실상은 남이여

허전허지

단칸방에서 정 난다는 말이 옳아


어쩌다 한번 근들면

아프댜

죽는소리 혀

여기저기 안 아픈 곳 없는데

지금껏 보약 한 재 못 달여줘서

미안하다는 소리도 못 혀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랑께

약봉다리 털어 넣듯

물 한 모금 마시면 모든 게

꿀꺽 넘어가는 아리랑 고갠줄 알았어

비틀거리는 주제에 말여


영락없는 소달구지여

오래 쓰기는 혔지

닳은 바퀴는 비틀거리고

워낭도 못 흔드는 소를

빨리 가라고 다그칠 수가 있어야지

저나 나나

나이 먹은 게 무슨 대수라고

걸음을 보면 한심혀

어느새 내가 소달구지 신세더라니께


먹으면 힘 좋아진다는 약

몇 겹을 종이로 싼 그거 한 알 받았는데

먹으면 뭐 혀

써먹을 데가 있어야지

겁부터 나더라니께

씁쓰을 혀

허물없는 사이라고 별 얘기를 다 허네


학교 갔다 오다가

겁도 읎이 참외밭 서리하다가 들켜서

그 까칠까칠하던

유월 늦보리 밭고랑에 숨었는디

물컹, 똥 밟았던 사건 기억 나남

평생 얘기꺼리여

그믐밤 도랑까지 같이 갔던 게

친구였어

꽤 오래걸렸지


시계 참 빠르네

몇 마디 안 했는디 이렇게 됐네 그려

저수지 빠져 죽을 뻔했던 얘기는

다음에 또 허세

전철이 공짜니께 당일치기루

서울을 왔다 가는 겨

좋은 세상이여, 암만

그만 갈 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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