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電氣)
- 김용기
입 닫고 산다고
죽은 놈 취급하지 마
소리 없이 산다고
무시당할 처지 아니야
나 건드리지 마
안 뵌다고 가벼운 놈 아니야
나 없이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 알아
울긋불긋,
우쭐대며 온갖 생색내는 모양
우스워
돈 내는데 무슨 상관이냐니
내지 마
안 받고 안 주면 되겠니
대우받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야
각자 역할이 있는 거야
너 없이, 나 혼자 뭘 하겠니
자는 바람을 깨운
나뭇잎에게 손가락질하지 마
수틀리면 온 동네 흔들어댈 테고
일 나
바람도 안 보이는 거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