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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Jul 20. 2024

소유(所有)에 대하여

- 도대체 저 가방에 무엇을 담았니?

소유(所有)에 대하여


- 김용기



먹은 만큼 컸다면

정수리가 하늘 닿았을 거다

수십 톤,

멸종 동물 중 하나로

그때 공룡이 없어진 이유에

나도 끼었을 거다

먹어도 스쳐갈 뿐

나무처럼 달라붙지 않는 살을

원망할 일은 아니었다


기억이 지식 칸에 쌓였으나

불러도 더듬더듬

나무늘보만큼 느린 요즘

가둬 놓고 쓰지 않은 탓이었을까

장마에 끊어진 다리처럼

허탈

십전대보탕을 들이켜도 더딘 약발

기억 출고에 저항

머리는 그럴 때마다

본전 생각과 답답함으로 커졌다


제 집 드나들 듯 자유로운

해커에게 지적소유권이란

먼 이웃동네 개 짖는 소리였을까

갖고 있어도 내 것이 아니었다


포물선 공식을 꺼내지 않더라도

마냥 올라갈 줄 알았던 모든 게

하강할 때

인정하지 않는 고집

착각의 시간은 흘렀고

기억하고 있던 이름과 각종 공식과

모은 재산까지도

내 소유는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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