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낙엽을 밟고 싶다
- 낙엽, 이슬에 젖다
젖은 낙엽을 밟고 싶다
- 김용기
바스락거릴 때마다
움찔했다
그들에게 마지막이 될 시간을
밟고 지나간다는 것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이
나를 반추하게 하였다
코끝이 찡 했을 때는 눈을 아래로
힘줘 내려다보기도 하였으나
낙엽의 마지막 고통에는
변한 것은 없었다
젖은 낙엽은
그럴 리 없다는 생각
이슬 앉은 아침이었다
힘들 때
밟혔던 기억은 슬펐다
눈 둘 곳이 없어서
눈을 흐리게 해던 기억은
여러 해 전이다
낙엽이 고통을 느낀다면
떨어질 때가 아닌 밟힐 때
누군가는
추억 한 줄 위해 밟는다지만
디딜 때마다 바스락 거림은
신음이다
그를 위하여
이슬 젖은 낙엽을 밟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