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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Oct 10. 2024

기울이다

- 기울어진 가을을 가다

기울이다


- 김용기



하늘이 기울 때 바람이 불었다

마음이 기운 가을에는

그리움이 있고

기울어졌을 때

떠나지 않았다면 교만이다

가을에는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힘주면

기울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돼지비계만큼 두꺼워지고

뻣뻣해지고

아주 쓸모없는 것은 아니지만

맛은 없다

멋은 없다


나이 든 달력이 기울어졌고

팔랑거렸다

떠날 채비를 하는 거다


참기름이 고소해도

기울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사람 냄새가 그렇다

이 가을

가둬 두었던 나를 열면

세상쪽으로 기울어지고

세상이 내게로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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