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소묘
- 김용기
문상객들은
헌화부터 쭈뼛거렸다
이렇게 놓을지 저렇게 놓을지
그러다가 맘먹은 대로 놓는 듯했다
상주와 절을 의무로 생각했지만
어림없는 일
고인께 예를 표한 후
상주 쪽으로 몸을 비틀었을 때
잽싸게 앞으로 나서며
손을 내미는 상주의 의도가 읽혔다
그러다가 고인에 대해 주고받는
이러저러한 대화
묻는 사람도 대답하는 상주도
어정쩡한 걸 알아챈
AI 방송처럼 뻔한 반복이었다
돌아서면 서로 기억 못하는
묘한 질문 모본이 책에 있었다
울다가 웃는
웬만한 상갓집 기적 같은 하루는
빵뜰처럼 비슷했다
상주들의 눈은
늦은 밤 뒤집힌 부의함에 있다는 걸
애 빼고 대부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