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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메라타 rin Aug 07. 2022

좋은 어른을 경험한다는 것

깊은 온기가 떠오르는 사람

인생에서 좋은 어른을 경험한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첫 만남부터 며칠 전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너무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인사를 나누며 껴안았던

그분의 따뜻한 온기가 떠오른다.


현재 살고 있는 마을을 위한 일을 하는

활동가에 지원했던 지난겨울, 면접에서

평소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문제에 대한

질문의 답변을 필터 없이 그대로 내뱉는 바람에

스스로 난감했던 순간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이 일을 지원하는 사람의 마인드라면

나와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답변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며 면접이 끝나고

순간 내뱉었던 나의 말과 태도에 대해

급... 후회가 밀려왔다.


그날은 몰랐지만 질문을 건네주신 분이

나의 답변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고 계셨다는 것과

내가 지원한 센터의 센터장님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 알게 되었다.

왠지 사람을 볼 때 상대방의 내면을

꿰뚫어 보실 것 같은 깊은 눈을 가지고 있으셨다.

그래서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삶을 설계하는 과정 중에 하나의 줄기로 어떠한

사명감을 가지고 이 일을 하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분의 인터뷰나 강의들을 찾아보며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기본적인 바탕에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끔 가벼운 말들이 오고 갈 때도 그 말속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깊은 성품이 배어 있었다.

살아가는 방식 또한 우리와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계셨다.

말로만 듣던 진짜 공동체를 이루고

공동체적 삶을 실현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상을 실천해 살고 계신 분이었다.


그분의 삶의 공간을 방문했을 때는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삶의 형태이지만 마음 깊숙이 그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한다.

안목의 정욕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지니고

어떻게 보면 세상적인 눈으로 삶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분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었고 의미가 있었다.


몇 달의 시간이 지나고 그분의 임기 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올해였기 때문에 내가 들어온 해의

중간 즈음에 휴식기에 들어가셨다.

송별회와 작별의 시간이 모두 지나고

그다음 주였을까,

로컬 크리에이터 팀에서 제작해주신 영상을

뒤늦게서야 봤다. 직원들이 한 명 한 명 남긴 메시지

영상을 보며 나는 콧물까지 흘려가며 참을 수 없는

눈물을 쏟아냈다.

개인적으로 연락 한번 한적 없었고,

몇 번의 회식자리에서 나누었던 대화 외에는

따로 사석에서 만난 적도 없었다.

그냥 그 어른이 좋았다.

주변이 따뜻했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녀의 온기가 좋았다.

영상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를 보며

모든 이가 그분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

나와 같았음을 알게 된 후에

더 깊은 울림을 느꼈다.

오래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몇 달이었더라도 그 분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마지막 날 그분의 책상에

편지와 마음이 담긴 선물을 놓고 나왔다.

그렇게라도 나는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


모든 일에는 결과물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정해져 있는 목적을 향해

전투적으로 나아가는 일이 아니라

일어나는 일의 과정을 중요시하고 인간 중심적이며

느슨한 관계 안에서 협력하여 해결점을

찾아가야 하는 일임을 알게 해 주신 분이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같은 주민이기에

앞으로 우연이 생겨 마주치면 힘껏 안아드리고 싶다.

그분이 지향하는 삶의 이면에 또 다른 힘든 일들이

분명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알고 있어서일까.

우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완벽한 이상적인 공동체적 삶의 모습을

실현해내기란 매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마도 그분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누군가를

그냥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분의 마음을 본받고 나누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 또한 그 온기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마흔이 되고 태어나서 한 번도 관심 갖지 않았던

것들을 들여다 보고, 스스로 두려워하고 힘들어했던

사람에 관련된 일에 도전했던 것에 대해 왠지

생각 이상의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을 백 마리나 가진 사람도 채찍 하나가 없어
남의 신세를 져야 할 때가 있다.

-라다크 속담-




나는 지금도 자라고 있나 보다.

아마도 온 마을이 도와주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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