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났던 우리 동네 책방들.
한 동네에 8년 이상을 거주하면서 몇 번의 반복되는 계절을 마주했다. 그동안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누비며 우연히 발견한 연희동에 꼭꼭 숨어 있는 책과 관련된, 몇 개의 보석같이 아늑한 공간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공간들은 오랜 시간 자신의 고유한 색을 띠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간이다. 수많은 상점들의 간판이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는 변화 가득한 요즘이지만 지금 소개하는 곳은 상업적인 트렌드를 쫒는 곳이 아니기에 계속 존재해 주는 것 자체가 더없이 감사하고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첫 번째, 'Allybrary (엘리브러리)'
https://www.instagram.com/allybrary/
'엘리카메라'와 '라이브러리'의 합성어인 '엘리브러리'는 국내 최초 필름 사진책 전문 도서관이다.
사실 '엘리카메라'는 이미 필름 카메라를 만지는 사람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엘리브러리'는 엘리카메라의 강혜원 대표가 직접 필름 카메라들과 동시에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수집한 사진집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오직 필름으로 촬영한 190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의 사진집들로 저명한 작가의 사진책 외에 아마추어의 작품, 혹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진집들도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아카이빙 해놓은 개인서재와 같은 공간이다. 강혜원 대표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작품과 독특하고 재밌는 필름 작업물들을 필름 카메라를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보는 것, 그 감성과 감동을 나누는 것이 엘리브러리 기획의 시작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총 8개의 테이블과 11자리의 좌석이 준비되어 있고 각 테이블은 영국의 도시 이름을 따서 만들어져 있으며 좌석마다 그 도시의 상징적인 사진들 혹은 사진책을 올려져 있다. 사진집에 관심이 있거나 영감이 필요한 순간에 '엘리브러리'를 경험한다면 생각지 못한 큰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름 카메라판매소와 현상소는 성산동에, '엘리브러리'는 연희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방문할 때 홈페이지를 보고 필수로 예약 후 주소를 잘 검색한 후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두 번째, 연희문학창작촌 안의 문학미디어랩 '책다방 연희'
연희문학창작촌은 2009년 옛 시사편찬위원회 건물을 리모델링해 탄생한 서울시 최초의 문학 전문 창작공간이다. 글을 쓰고 향유하는 작가와 시민이 함께 다양한 문학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끌림’ ‘홀림’ ‘울림’ ‘들림’ 총 4개 동에 19개 의 집필실과 야외무대, 문학미디어랩(책다방 연희) 등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야외무대에서는 북 토크 등 작가와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문학 관련 행사를 진행하며 ‘울림’ 지하에는 작가와 시민 모두에게 개방한 ‘책다방 연희’가 있다. 이곳에서는 문학·예술 관련 도서를 열람할 수 있고, 낭독회, 문학 교실, 작가 세미나 등의 행사가 진행되는 공간이며. 무인 카페로도 운영되고 있다. 입구의 웅장한 철문을 지나 작가들이 입주하여 글을 쓰고 있는 집필건물들, 넓은 부지 안에 커다란 나무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 고요한 수도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입구부터 갑자기 공기가 바뀌는 느낌이랄까?
연희문학창작촌 웹진《비유》를 구독하면 한 달에 한 번, 월간지 웹메일이 가입한 이메일 주소로 현재 입주해 있는 작가들의 글을 받아 볼 수 있다.
•세 번째 'Paperr (페잇퍼)'
페잇퍼는 꽤 오래전부터 흠모하고 있었던 비밀스러운 책 방이다. 이곳은 입장을 하려면 회원 가입이 필요한 곳이기에 아래 링크를 통해 회원가입 후 방문하면 된다.
<페잇퍼 무료가입 링크>
http://paperr.kr/member/signup
원래 '페잇퍼'는 오래전 '즐거운 작당'과 '달달한 작당'이란 두 개의 이름과 두 공간으로 나눠져 있었다. 하나는 상수동 쪽에 위치했던 '즐거운 작당'이란 만화책방이었고 또 하나는 연남동에 위치했던 '달달한 작당'이란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는 그림책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딸아이가 어렸을 때 '달달한 작당'을 참 좋아했었다. 우리 둘만의 비밀의 장소 같은 미로 같은 공간에서 그림책을 함께 보던 추억이 떠오른다. 어느 날 방문 했을 때 그 공간이 없어져서 매우 아쉬웠었는데 나중에 우연히 발견한 '페이퍼'의 전신이 '달달한 작당'이었음을 알고 혼자 많이 반가워했다는.. 아무튼간에 두 공간이 처음에는 따로 운영되다가 연희동의 골목길에 '페잇퍼'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즐겁고 달달한 작당들이 합쳐져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재오픈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는 사람만 알고 오는 비밀스럽고 안전한 공간을 지향하는 보물 같은 곳"
사장님의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좋아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이벤트가 풍성한 곳이기도 하다. 아래링크를 통해 현재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도 이 공간을 배로 즐기기에 도움이 될 듯하다. 참고로 이곳은 사뿐사뿐 조용하게 다녀야 한다.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페잇퍼 관련 프로그램 설명 및 신청 링크>
https://linktr.ee/paperr.bookshop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
-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꿴 플라스틱 구슬들-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은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 <Lulu M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