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줄 알았습니다.
기타 치고 노래 부르기 만을 좋아하던 베짱이 같은 딸을 둔 엄마의 걱정이 점점 팽창해 터질 일만 남았다는 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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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어른이 되면 무조건 밖에 나가 살 거야”
“그래, 나가봐라. 집 나가면 너만 개고생이지”
‘독립’이라는 단어 뒤 편에 막중한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 체 늘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 시절 어린 소녀는 자신의 존재가 엄마 등에 붙어 한없이 짓누르는 거대한 혹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도망가고 싶었고, 어디든 뛰쳐나가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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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20년 동안 몸 바쳐 갈고닦은 둥지 안에서 이제는 큰 날개를 펼치고 훨훨 날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날개 한쪽이 온전하지 못한데도 허공에 의미 없는 날갯짓만 연신 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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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이상만을 품고 도착한 어른의 세계는 숨만 쉬어도 코가 시릴 정도로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이 가장 먼저 반겨주었고,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신발 속에 박혀있는 돌멩이처럼 불편하고 짜증 났습니다.
그 세상 속 나의 모습은 여전히 부모님의 그림자 속에 숨기 바빴고 그들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아무것도 일구어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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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둘, 많으면 충분히 많고 적다면 또 적은 나이.
어른임을 증명해주는 주민등록증, 그 네모칸 속에 해맑게 웃고 있는 나의 얼굴은 여전히 앳된 아이 같습니다. 언제쯤 어른이 될까요, 단단하고 굳건한 어른이 되기엔 아직 제 모습이 아직 끈적하고 말랑한가요.
그럼 어서 그늘진 밖에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