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출렁이지 않은 인생은 없어, 이렇게 출렁이면서도 올라가야 한다고 해야 하나"
평소와 같이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시청하다 듣게 된 이 구절은 깊은 장롱 속 고이 간직해 둔 한 상자를 열어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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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 "Perfect"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자 신념이고, 내 삶에 있어서 깨져서는 안 될 규칙이었다.
스스로 잘난 거 하나 없는 내가 이것만큼은 손에 꽉 쥐고 있고 싶었고 어쩌면 이 단어로 스스로를 위안 삼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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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고 예민한 성격이 무기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똑 부러진 아이로 주목받아왔기 때문에 이것마저 놓쳐버리면 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 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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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관대했으나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잘못에 대해선 용납할 수 없었다.
이러한 강박은 결국 독이 되었고 겉으로는 잔잔해 보였지만 속에선 거대한 소용돌이가 한마을을 집어삼킬 무서운 기세로 속도를 키우며 진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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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고, 황폐하고 쓸쓸한 거리에 낙엽만 나뒹굴었다. 사람의 온기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자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인생 그래프는 바닥을 찍어 소생 불가능한 상태였고 공든 탑 무너지듯 3년이나 철저히 세운 계획은 허무할 정도로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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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홀로 남겨진 순간.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는 방법부터 배워야 했다.
정작 자신에게는 따뜻한 손으로 등 한 번 토닥여본 적이 없던 터라 하나부터 열까지 낯설었지만, 아기가 걸음마를 떼듯 천천히 조금씩 온전히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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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한 틈 사이로 따사로운 햇볕이 들어온다.
오랜만에 보는 볕에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입가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이제 더 이상 곧은 직선의 그래프만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 들쑥날쑥한 그래프가 그간 내가 경험해온 모든 나날을 증명해 주는 발자취이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