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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Feb 08. 2023

가장 빛나는 액세서리 책

어쩌면 다이아몬드 보다 아름답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학생으로서 마지막 방학을 보내고 있는 나는, 남들보다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한다. 취업이니, 자격증 공부니 할게 산더미지만, 그중 단연 놓지 않는 것은 "독서"다.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현실을 도피하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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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침대 옆 책꽂이 한 칸을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책으로 꽉 채우고 나면 괜한 풍족 감에 배가 불렀다.

방학이 되고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동네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3번. 도서관이라는 장소 자체는 좋아했지만, 항상 좋아하는 책을 두고 나오는 걸 꺼렸다. 책을 자식처럼 품어서 그런가? 눈에 아른거리는 책들을 모조리 데려오고 싶었지만, 가난한 학생 신분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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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어린이를 위한 도서 공간을 지나쳐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오른다. 마스크 속 헐떡임이 고요한 도서관에서 울려 퍼질까 한참이나 숨을 골랐다. 마치 백색소음처럼 도서관에는 책을 넘기는 소리와 투박한 발자국 소리만이 가득하다. 한 달간 도서관을 다니면서 느끼는 거지만 참 많은 어르신들이 도서관에 상주하고 계신다. 오히려 내 또래의 젊은이들이 희귀한 존재인 것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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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돋보기를 코 끝에 간신히 매달고 미간을 찌푸려 책을 보시는 할아버지들을 보면 존경심과 괜한 경쟁심이 한대모여 나도 얼른 빨간 의자에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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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든 지하철이든, 카페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명품 가방, 비싼 액세서리 하나 없지만 책을 들고 있는 자체만으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몰두해 있는 모습과 책을 향한 의지는 엄청난 아우라를 뽐내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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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을 파악한 나도 어느샌가 친구를 만나거나 외출할 때 책을 늘 가방에 넣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책을 꺼내 읽기도 하고 손에 슬쩍 쥐어본다.

이 행위가 나를 뽐내는 수단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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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봤던 유튜브, 볼게 한 가득인 인스타그램 등 SNS의 유혹을 쉽사리 떨쳐내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인지 책을 손에 쥐고 있으면 더 멋있다. 수많은 걸 포기하고 단 한 가지에 대한 몰입. 무언가에 집중해 있는 사람은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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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쓰는 행위도 함께 동반된다. 수많은 명작들을 읽다 보면 죽은 이들에 대한 질투심도 점점 커진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풍부한 글감, 조지오웰의 뛰어난 상상력. 나의 글은 그들의 발밑도 따라가기 어렵다. 결국, 초라함에 못 이겨 필사를 통해 그들의 천재성을 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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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을 남기는 것이 인생에서의 최고 목표치였기에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까하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정말 많았고 책의 세계는 무한했다. 조금한 냄비 같은 나의 뇌에 지식의 물을 채워 넣으니 금세 꽉 차 출렁였지만, 개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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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류시화 작가님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를 통해 위안과 영감을 얻고 있다.

<지구별 여행자>는 그 여운을 잊고 싶지 않아 계속해서 꺼내봤다. 읽고 쓰는 행위를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 그처럼 이러한 책을 써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새겨본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中>

내려놓을수록 자유롭고, 자유로울수록 더 높이 날고높이 날수록 더 많이 본다. 가는 실에라도 묶은 새는 날지 못한다. 새는 자유를 위해 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 자체가 자유이다. 다시 오지 않을 현재의 순간을 사랑하고, 과거 분류하기를 멈추는 것. 그것이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의 모습이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도 날개를 펼치고 있는 한 바람이 당신을 데려갈 것이다. 새는 날갯깃에 닿는 그 바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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