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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rdan Aug 21. 2024

영국에 가면 뭐해요?

영국에서 살아남기 #3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 음악

현대인은 저마다의 중독된 것이 있다. 미디어,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내 삶에서 절대 뺄 수 없는 중독을 하나 고르라 하면 난 카페인이다. 하루 한 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매일 출근하며 샀던 아침 아아, 점심 먹고 마시던 아아, 가끔 저녁에 카페를 가면 또 마시던 아아를 줄이고 줄인 게 하루 한 잔이었다. 영국에 와서도 절대 잊을 수 없었고, 결국 커피 머신까지 구매했다. 

그건 카페가 죄다 일찍 닫아서다. 

물론 센트럴엔 저녁 9시, 10시까지 여는 카페가 분명 있다. 근데 내 주변엔 없다. 저녁에 내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곤 펍, 공원, 헬스장, 집 옆 편의점. 가뜩이나 재택 하느라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데, 오후에 카페 좀 갈라하면 문을 닫는다. 늦게까지 열어도 저녁 6시.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영국의 저녁이 있는 삶을 보여준다. 영국은 주 최대 48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며, 보통은 주 37.5시간을 일한다. 차가 막히는 퇴근 시간은 보통 오후 4시 ~ 5시다. 



그럼 영국에선 저녁에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영국은 철저한 가족 중심 문화다. 퇴근하고 가족과 함께 식사. 식사 후엔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이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는 저녁 시간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사는 동네는 회사와 주거지가 적당히 섞여 있다. 중심 사거리엔 회사 빌딩이 있고 나머지는 주거지). 


1. 공원에서 개와 산책하거나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2. 하천 근처에서 친구 혹은 가족과 앉아서 삼삼오오 시간을 보낸다. 

3. 펍에서 친구 혹은 가족을 만난다. 

4. 헬스장에 가거나 공원에서 달리기 등 운동을 한다. 


- 문득 든 생각. 저녁이 이른 나라들의 출산율은 진짜 높을까?

호주 1.70명, 영국 1.56명. 우리나라랑 비교하면 출산율 안 높은 나라가 있겠냐만은, 영국의 경우 경제와 각종 이민자 문제로 하락세지만 여전히 높다(?). 집에 얼른 가서 심심해야 사람 좀 만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낳나 보다. 



아, 저는 가족과 같이 안 사는데요.. 혼자 사는 저는 무얼 해야 할까요.

1. 헬스장에 간다. 

헬스장은 그래도 밤 10시, 11시까지도 연다. 센트럴의 경우 24시간도 있지만 우리 동네엔 없다. :( 근데 24시간이어도 무서워서 밤에는 안 갈 것 같다. 

헬스장은 보통 한 달에 30파운드 정도. 저렴한 헬스장의 경우 10파운드도 있는데, 우리 동네엔 없다. 동네에 헬스장 2개 있는데 두 개 다 한 달에 30파운드. 우리나라처럼 1년 끊는다고 크게 할인해주진 않고, 첫 세 달에 대해서 50% 할인만 해준다. 파운드에 뇌가 절여진 요즘, 한 달 3만 원으로 느껴지기도.

2. 집에서 논다. 

집순이에게는 최고의 시간. 근데 일할 때도 집에 있었는데, 퇴근했는데도 집이어서, 집에서 노는 게 좀 싫어졌다. 

집에 가고 싶은데 집이에요.

3. 집 근처 공원 중 당기는 곳을 간다. 

영국의 장점은 공원이 정말 많다. 작은 공원부터 마치 울창한 숲 같은 공원까지. 요즘 여름이라 비도 잘 안 오고 햇빛도 쨍해서 공원 벤치에 누워있을 맛 난다. 

벤치에 누워 바라본 하늘

4. 일 한다.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면 밤낮이 불분명해진다. 나는 되도록 밤낮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늦잠을 잔 날이면, 죄책감이 들어 늦게까지 일을 하기도 한다.

5. 사람 만나러 간다. 

낯선 곳에 혼자 살다 보면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걸 문득 깨닫게 된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있다. 



보면 알겠지만 정말 별 거 없다. 물론 영국에 와서 여기저기 여행도 가고, 관광도 자주 다니는 분들이 많다. 나는 아직까진 여행보다는 일상에 적응 중이어서 그런가, 에너지가 거기까지는 미치지 않는다. 아마 여행에 대한 글을 많이 쓰기 시작할 즈음이면, 이미 영국에서 살아남은 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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