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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마님 Dec 29. 2023

귀촌일기/ 1주차

전입신고

2023년 12월 3일

이사온지 딱 7일째다. 그동안 짐을 풀고 집 안 정리를 했다. 


11월 26일 일요일, 이사 전날. 장판을 깔았고,

11월 27일 월요일, 이사 들어온 날 오전에 싱크대가, 이삿짐이 도착한 후 싱크대 상판이 들어왔다. 하루는 짐을 넣지 않는 게 좋다고 해서 부엌짐은 부엌바닥에 늘어놓았다. 


11월 28일 화요일. 빛 달기

전기사장님이 오셔서 하루 종일 조명을 달았다. 그동안 보조도 하고 부엌 짐정리를 했다. 인제에는 예쁜 조명이 없으니, 원하는 게 있으면 서울에서 사와야 한다는 조언에 인터넷을 뒤져 예쁜 조명을 샀는데, LED와 레일등을 빼고는 다 너무 어려워하셨다. 특히 이케아는 다는 법이 너무 복잡하다고… 시골할아버지에겐 불친절한 설명서였다. 우리도 끙끙 헤매다가 결국 한 개는 포기하고 다른 조명으로 대체했다.


11월 30일 목요일. 전입신고 

원주에 있는 부동산으로 가서 잔금을 정산했다. 오는 길에 현리에 있는 면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도 마쳤다. 

“인제로 처음 전입하시는 거예요? 인제군에 전입신고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이죠?”

중년의 공무원은 우리에게 재차 물었다. 그리고 뒤를 향해 소리친다. “전입~!” 그러자 젊은 공무원이 그의 뒤로 와서 한 번 더 물었다. “혹시 군인이에요?”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일반인이에요” 군인의 반대말이 일반인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곳에 전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태어났거나 군인이거나 군인의 가족이다. 

나와 짝꿍이 전입신고서를 작성하는 동안 젊은 공무원이 선물을 챙겨 왔다. 쌀 10kg 교환권, 영화티켓 2 장, 쓰레기봉투 40매, 그리고 30만원이 충전된 지역카드 2 장. 오전에 토지매수대금 잔금을 내고 나서 아주 빈털터리가 되었는데,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조금 풀린다.

신고를 마치자 마치 등장인물이 제한적인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우리집 리모델링을 도맡아준 함사장님이 면사무소로 들어오신다. “함아저씨, 저희 이제 인제군민이예요” 하니, 기린면 주민이 된 걸 토박이로써 축하해 주셨다. 함아저씨는 우리가 리모델링 업체를 알아볼 때 견적을 보낸 유일한 업주다. 면사무소에서 나와 마트에 가니, 우리집 보일러 공사를 해 주신 명사장님이 장을 보고 계신다.  세 살 손자에게 줄 과자장난감을 찾고 계셔서 같이 골라드렸다.

우리는 일주일치 장을 보고, 차로 15분을 달려 집으로 돌아간다. 저렴한 제철 채소를 사고, 강원도산 두부와 두유를 샀다. 냉동만두와 라면도 두 봉지 사 둔다. 지난 주까지는 걸어서 5분거리에 편의점이 4군데나 있는 집에 살았었는데, 이사 온 시골집의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차로 2분, 걸어서는 40분이다. 이제는 삼시 세끼 일주일치 장을 보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12월 3일 일요일. 나무꾼

낮기온이 영상 5도인데다 바람도 고요한 날. 그동안 실내에만 있어서 몸이 슬슬 답답하고 콧바람도 쐬고 싶어 숲을 정리하기로 한다. 내 개와 함께 숲을 산책할 때 다리에 걸리는 가지만 치워도 산책이 쉽고 즐거울 것이다. 

먼저 바닥에 널브러진 나무기둥들과 가지들을 숲 밖으로 끌어냈다. 입구가 가까우면 입구 앞에 쌓아 놓고 용도를 찾아보기로 한다. 일 년 정도 말리면 화목난로 목재로 쓸 수 있다. 땅 경계와 더 가까운 나무기둥과 가지들은 경계 끝에 쌓아서 울타리로 만들었다. 이정도만 되어도 큰 동물이 걸어 들어오는 건 귀찮을 것 같아 만족한다. 

전에 살던 할아버지가 밑동을 베거나 상처를 내어 죽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기울어 있다. 기운 나무 뿌리 쪽을 들고 옮기면 나무가 쓰러졌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나무들이 햇빛경쟁을 하느라고 위로만 높이 자라, 가지가 가는 나무들이다. 벌목꾼들이 보고 80%는 베어야한다고 했는데, 이걸 한 번에 다 베어내지는 못하니 한 해에 10%씩 해볼까 한다. 

나무 가지에 털모자가 걸려 모자가 몇 번이고 벗겨졌다. 나무들이 나에게 장난을 거는 느낌이었다. 한 번은 다른 나무에 걸린 나뭇가지를 치우자 몇 초 후 다른 가지 하나가 쿵, 하고 내 머리정중앙으로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아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털모자를 쓰고 있으니 덜 아프네. 앞산에 해가 반쯤 걸려있을 때 일을 시작했는데, 한시간쯤 되었을 때 해가 이미 산너머로 넘어가고 있었다. 불빛이 없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해가 떨어지면 그때부턴 갑자기 춥고 바람도 많이 분다. 오늘은 낮 내내 아주 맑아서 별도 아주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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