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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희엄마 Oct 29. 2022

입시보다 인생을 대비합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졸업을 앞둔 아이가 동네에 있는 중학교 진학을 원치 않았다. 자연스레 상의 후 대안학교를 찾았고 그중 지금의 학교 입학설명회를 운명처럼 마주하게 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을 대안교육 중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했을 때 주변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 근심과 걱정을 가득 담아.

“너 왜 애를 그런 학교에 보내려고 해? 좀 잘 알아보고 보내지”

언제인지도 모를 부적응으로 학교를 옮긴 아이 이야기를 전해주며 우리 딸 걱정을 한 트럭 해준다.


 여태 대안학교를 보낸다 하면 일반학교에 적응을 못해서, 아이에게 크게 문제가 있어서란 생각을 많이들 하나보다. 적응 못하고 문제 있는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 어디에든 있는데 말이다.      

중학교 1학년을 끝내가는 지금 이곳 학교를 보내며 느낀 나의 솔직한 평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단순히 몰라서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가진 편견 속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귀담아듣지 않을 가능성 또한 크다. 일반학교가 아닌 대안학교를 선택한 부모님들은 한마디로, 사랑하는 자녀가 청소년기 다양한 경험과 도전 성취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길 바라는 부모들의 총합이다. 단지 그뿐이다. 그 때문에 학교만의 특별한 교육이념, 커리큘럼이 아이의 긴 인생에 도움이 될 거란 전제를 두고 멀리 보고 선택한 학교이다.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신 최재천 교수님은 육아강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아이 하나하나에 눈높이를 맞춰야 되는 거 아닐까요? 뭐가 필요하고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야 할까 한 아이 한 아이 맞춰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서로 배려하고 따뜻하게 손잡아주고 그렇게 해도 우리는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내가 딸을 대안학교에 입학시킨 이유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아이 자유로운 영혼에 한계를 주지 않고 사랑을 가득 담아 키웠다. 혹여나 한쪽으로만 치우쳤을 수 있고 놓치고 있었던 것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부모외의 또 다른 좋은 어른들에게 골고루 생각과 의견을 나누며 균형 있게 배우고 다양한 친구들을 겪고 경험하며 단단해지는 시기가 청소년기에 꼭 필요하다 여겼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꼈던 아이가 5학년 때 단짝이라 믿었던 친구들의 절교 통보 후 더 큰 좌절을 겪었다. 이어진 그 친구들의 선을 넘는 행동들로 마음에 심한 생채기가 났다. 그런 아이에게 당장 공부하나 더 시키는 것보다 아이 마음이 편안해지고 단단해지도록 최대한 돕는 것이 제일 급한 일이라 생각했다.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천재 아이라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꼭 필요하다. 다른 무난한 성격의 친구들보다는 학교와 기숙사생활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간격은 길어지지만 힘들다는 소리가 여태 나오니 말이다. 학생 수가 작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과의 밀도 있는 관계가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함께하는 친구와 선배들의 행동들을 보고 배우며 한해 한해 더욱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준비를 다져나갈 거라 믿는다. 이른 기숙사생활로 다양한 성향의 친구들과 생활하며 자연스레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계기를 배우고 있다.      


그렇게 조잘대며 사사건건 들려주던 이야기들은 띄엄띄엄 기분에 따라 흔쾌히 해주면 감사할 정도가 되어간다. 점점 알아도 모른 척 하는 스킬을 발휘해가며 여우엄마로의 무장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온 듯하다.    

  

일주일 떨어져있다 금요일 만나는데 초반에는 아이 걱정과 신경으로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를 무척이나 많이 했었다. 그런 걱정들을 덜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이 계시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 어렵사리 전화를 드리면 여려진 부모의 마음에 든든한 백이 되어주신다. 학교에서 또 다른 엄마 아빠가 되어 주신다. 바삐 보낸 하루가 지나고 저녁이 찾아와 우울함과 힘든 생각들로 지칠 때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기숙사 사감선생님이 계시고, 유쾌함과 긍정의 에너지로 장착하신 편안한 담임선생님이 계신다. 아이들의 마음속 사랑과 빛을 꺼내주시는 3층 상담선생님도 계신다.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이 ‘사랑 그 자체‘지만 특히 이 세분 덕분에 더운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랑으로 아이를 비춰줄 수 있다.     



실패하지 않는 삶은 없다. 서양의 명문대들은 학생들에게 모든 것에 다 열리는 마스터키를 만들어 졸업할 수 있게 돕는다고 한다. 그리하여 평생을 살며 자기가 어떤 문을 열어야 될 때 스스로 조금만 스펙을 쌓으면 무슨 문이든 열수 있게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소양을 갖추고 있어 여러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손에 쥔 인재가 꼭 필요하다고 한다.

거창한 미래설계가 아니더라도 우리 부모도 짐작할 수 없는 달라질 미래를 위해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아이가 성인이 돼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주변사람과 잘 지내며 ‘나 꽤 행복한 사람이고 잘 살고 있어’란 마음의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이 강한 아이로 클 수 있도록 돕는 게 다가 아닐까? 아이를 믿고 또 믿어주며 잘 클 아이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것 그것밖에 없다.      


사랑은 굉장히 전염성이 강하다. 사랑의 온전함을 경험해 본 사람이 또 남에게도 그 사랑을 나눠줄 수 있다. 한없이 사랑해주며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움이 필요해 손을 내밀 때 적절히 필요한 도움을 주자. 그 밑바탕에는 아이에 대한 탄탄한 믿음과 존재적인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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