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옥죄는 나
벌써 5일차가 되었다. 100일 하루를 안 빠지고 글을 쓴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제는 어떤 걸 쓸까 고민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았고, 오늘은 12시가 지나기 전에 써야지 하는 데에 마음을 많이 썼다. 결국 12시를 넘겨 날짜로는 하루를 넘기고 말았다. 쓸 수는 있었으나 그래도 가족의 안전과 맞바꿀 수는 없었다. 부모님 집에서 즐거운 연휴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6시 반쯤에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네비 예상 도착시간은 10시 30분 도착이었다. 천안논산 고속도로부터 점점 막히기 시작해 정안휴게소를 지나 천안삼거리까지 정점을 찍었다. 이미 도착시간은 12시 15분으로 예상보다 두 시간가량 늘어나있었다. 와이프에게 운전을 맡기고 조수석에서 글을 쓸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와이프는 첫째 유아용품 드림/나눔을 다니면서 운전 실력을 키웠다. 나름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자부하고 나보다도 잘한다며 운전병 출신이 나에게 도발을 한다. 그 도발에 넘어가진 않지만 고향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정말 눈이 계속 감겨서 이러다가 큰 사고가 날까 싶어 와이프에게 두어 번 운전을 맡긴 적이 있다. 그 뒤로 졸리면 휴게소에서 쉬고 가고 있다. 와이프는 편하게 한숨 자라고 했지만 눈을 살짝 떠보면 120~130km/h로 달리고 있었고 요철 구간도 거침없이 지나다 보니 물침대처럼 꿀렁이는 느낌 속에 편하게 자다가 평생 잠들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뒤로는 가족의 안전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시 15분 서울 집에 도착하고 짐을 나르고 빠르게 필요한 짐만 정리하고 나니 12시 30분이 되었다. 얼른 아이패드를 열고 글을 쓰고 있다. 한번 시작한 루틴에 대해서는 깨지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정말 이전의 나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이런 행동과 습관이 너무 어색하지만 어느새 이렇게 변해 있었다. 강박 속에서 나를 너무 옥죄다 보니 작년 여름에는 비가 와도 더워도 추워도 새벽 운동인 달리기를 매일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밀어붙여 너~ 무 힘들고 피곤했었다. 남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다 보니 스스로 그 맛에 도취되어 나의 삶을 더 멋지게 잘 살아보려다 너무 고되고 피곤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 뒤로는 융통성 있는 삶을 살고자 가끔은 늦잠도 자고 운동도 빼먹으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불편했다. 100일 동안 글을 쓰기로 한 나 자신과의 약속에도 스스로 옥죄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운전하며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쓸까?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까? 그 생각을 하고 왔다. 삶에서 꿈과 목표를 멋지게 이루고 남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는 게 좋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유머이다. 와이프가 나에게 너무 아재 감성에 재미가 없다고 하는데 그 말에 스크래치가 나지는 않았지만 너무 사실이라서 할 말이 없었다. 재미에 강박을 가져 또 나를 옥죄는 건가?
장모님은 내가 고기도 좋아하고 게장도 좋아하고 등갈비도 좋아하는 걸 아셔서 이번 연휴에 가니 앞에 말한 세 가지에 덤으로 굴비까지 차려주셨다. 사위 좋다고 그렇게 정성을 쏟는데 한 그릇으로 밥을 마무리 지을 수가 없어 내 밥 두 그릇에 아들놈이 남긴 밥에 누룽지까지 먹었다. 정말 맛있고 즐겁게 먹었지만 속이 힘들었다. 그러곤 그다음 날에 부모님 집에 가니 큰아들 왔다며 소고기에 김치찌개에 고봉밥을 주셔서 또 열심히 먹었다. 거기에 와이프는 밥 생각 없다며 내 밥그릇에 한 수저 덜어주고 큰 딸아이는 밥을 반만 먹고 남기고 그 남은 밥과 반찬이 아까워 또 마지막까지 밥상에 앉아 다 먹었다. 부모님들이 주시는 밥은 사랑이다. 그 사랑에 잘 보답하려면 맛있고 복스럽게 잘 먹어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먹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 관념에 대해서 고수하려는 ego가 생기기 마련이다. 때로는 그 고집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반대로 나를 올바른 길로 잘 이끌어 주기도 한다. 세상살이에 하나로 정해진 답은 없다. 내가 가진 강박이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쉽게 버려지지 않으니 강박과 싸우기보단 강박을 받아주고 잘 대해주자.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