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친구의 꿈에 나온 할머니

꿈꾸면 이루어 진다

by 고카



“할머니가 꿈에 나왔어. 그래서 ‘할머니 뭐 잡수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할머니가 생선이 드시고 싶으시다고 하셨어.” 작년에 돌아가신 내 불알친구의 할머니는 105세까지 장수하시고선 편하게 잠드셨다. 호상 중에 호상이었다. 친구의 할머니지만 시골의 한동네에 살았기에 나도 친구의 할머니가 친숙했었다. 할머니가 꿈에 나온 이야기를 친구의 와이프가 듣고는 기운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더니 시댁 일에는 두 손을 겉어 붙이는 성격이 아님에도 직접 손수 전을 부치고 요리를 준비해서 내 친구에게 성묘를 가자고 했고 그렇게 성묘를 다녀온 뒤로 친구의 일은 술술 풀리고 있다고 했다. 최고급 SUV를 뽑고 올 한 해 채워야 할 영업실적도 4월에 이미 다 채웠다고 했다. 이상하게 친구의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기분이 묘하게 편안해지고 운이 트일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묘시(새벽 5~7시)에 태어난 소띠의 팔자인 것인지 난 일복이 항상 있다. 남들 편하게 가는 길도 돌아가고 뭐든 한 번에 되는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뭐 한두 번 떨어지거나 실패를 해도 전처럼 크게 상심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 3년 차 된 이직한 회사의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부서가 바뀌고 일은 크게 늘었다. 심지어 좋은 프로젝트나 아이템을 맡아하면서 광을 팔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잔잔 바리 일들을 모아 처리하고 읍소하며 바쁘게 일을 하나 광 팔 만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올해는 뭐 첫해니 당연히 그러겠거니 하면 체념하고 후에 좋은 일이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나에게 지름길은 매번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 수고스러운 운대가 40부터는 풀린다고 했다. 점 보는 앱을 깔아서 점을 보기도 하고 주변에 신점을 용하게 본다는 곳의 추천을 받아서 가볼까 고민도 해보았다. 이상하게 일이 더 심하게 꼬이지는 않아도 잘 풀리지는 않았다. 마치 앞으로 열심히 뛰고 있는데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 나를 지치게 하고 있었다.


5월 첫 주에 이어진 긴 연휴에 고향에서 보낸 며칠이 이상하게 평온했다. 가만히 앉아 쉰 것도 아니고 처갓집과 본가 집 수리며 손볼 것들을 봐주고 애들과 놀아주고 이것저것 많은 것을 했음에도 도시에서 느끼는 번잡함 속에 시간에 쫓기는듯한 느낌이 아니었다.

“오빠 할 말 있어 차에 좀 타봐” 차에서 잠든 조카를 좀 더 재우려고 차에서 앉아있던 와이프가 시골 앞마당을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나를 보고서는 차에 잠시 타라고 했다. 할 말이 있다는 멘트에 갑자기 긴장과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마음을 다잡고 차에 탔다. “오빠 저기 앞에 봐봐“

차 운전석 앞으로 보이는 창고 지붕 위에 바람에 쓸리는 듯 흔들리는 나무결의 모양이 뉘어 져가는 햇빛을 받아 잔잔한 노래를 하는 모습이었다. 몸은 바쁜데 저런 풍경 하나하나가 바쁜 마음을 달래주고 여유를 안겨주다 보니 힐링이 되었다. 다행히 온전한 와이프의 기분도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와이프는 모태신앙이지만 코로나 이후 종교적인 것에 회의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 나는 진화론에 관련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같은 책을 읽으며 인류의 발전과 탄생이 종교적 관점에서 조물주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더 확신이 되게 해주었지만 인문학과 철학적인 책을 읽으면서 종교라는 게 어쩌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감각 이외의 또 다른 영역이 있고 그런 영역에 종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라는 건 내가 가진 팔자대로 산다라고 하지만 그 사납거나 좋은 팔자더라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에게 미신은 큰 위안과 도움이 되기도 한다.


“친구야 고마워 너의 꿈 이야기, 너의 할머니 덕에 나도 좋은 일이 생겼다.” 친구에게 고마움의 메시지와 함께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보내주었다.

1년 넘게 팔리지 않던 신혼집이 드디어 팔렸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던 그다음 날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가격을 조금 조정해 주면 사고 싶다는데 어떻게 한번 조정해 볼까요?” 나의 가정에 초석을 이루게 해준 고마운 나의 첫 집이었지만 막상 팔려고 하는데 오랜 기간 팔리지 않아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오랜 기간 마음을 무겁게 누르던 채증이 가시는듯해서 너무 개운했다. 역시 좋은 것은 함께 나눠야 한다.


와이프도 다음주에 와이프의 할머니 성묘에 참석해볼까라고 이야기 한다. 절실한 기독교인들인 처가 식구들 사이에서 다른마음?을 먹고가는 와이프를 할머니께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가정에도 더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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