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잘 지내고 있어?

by 고카



5월 긴 연휴와 어버이날 엄마 생일을 돌돌 말아 핑계 삼아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왔다. 애들이 이제는 커서 놀아주고 재우는데 힘을 쏟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제는 눈치 덜 보고 친구들을 만나러 갈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봉사할 건 다하고 10시가 가까운 시간에.


친구 하나는 애들 다 재워야 한다고 시간이 걸린다고, 결혼을 일찍 한 친구는 아이들이 제법 다 커서 본인한테 할당된 일을 마치고 나온다고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도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나도 마일리지를 쌓아두어야 하고 친구들도 가봉(가정 봉사)를 다 마쳐야만 볼 수 있기에 우리는 만나도 밤늦은 시간이었다.


지난겨울 눈이 엄청 내렸던 그 설 연휴 이후로 오랜만에 보았다. 이제는 서너 달 만에 보는 일은 자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각자의 삶에서 바삐 살아가느라 바빠서 친구들 만날 시간조차 여의치 않은 게 이제는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피시방에 가서 게임하다가 맥주 한 잔 마시던 우리의 패턴은 이제 스크린 골프 한판하고 간단히 맥주 한잔하고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열시가 넘어가면 이제는 몸이 먼저 반응한다. 눈이 침침해지고 밀려오는 잠을 이겨내고 근황을 이야기하며 잠을 쫓아본다. 이제는 우리의 안녕은 부차적인 것이 되었고 자식에 마누라에 부모님의 걱정거리가 근황 토크의 반절 이상이었다.


“뭐 재미난 거 없어?” 그 질문의 대답은 늘 똑같다. “뭐 없어~”

하지만 정말이지 별일 없는 게 참 다행이다. 안부를 묻는 말에 자기 부모님의 건강 가족들의 대소사가 이제 우리의 근심 걱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다들 건강히 아무 일 없이 지내는 게 잘 지내는 것이 되었다. 특별한 좋은 일이 일어나기보다 그냥 하루하루 무탈하게 지내는 게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당연히 여겼던 일들이 이제는 희망 사항이 되기도 하고,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들이 나와 내 주변에 일어나고 있다. 아무 일 없이 별일 없는 하루를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 되었다. 하루에 감사하고 하루를 즐겁게 살자.


친구야 그런데 머리는 고정하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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