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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Jun 23. 2022

99% 누가 나를 채워줄 것인가

내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

다들 모여봐, 스물여섯 꽃다운 나이에 회사 때려친 썰 푼다


 대학교 졸업 , 코로나19 영향으로 졸업식도 하지 않고 국문과는 굶는 과가 맞단 생각에 작은 중소기업에 입사를 했다. 소수정예 메리트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팀은 끝내 소수정예로 인해 망해버렸다. 


사회생활이란 걸 해보니 나의 그릇은 참으로 옹졸하고 내 몸짓은 그저 나약하기 짝이 없었다. '돈'이 다가 아닐 줄 알았던 세상의 대부분은 '돈'이었다. 그래서 내가 돈이 필요하냐고? 아니, 나는 타인을 넉넉히 받아들일 여유가 필요하달까.


"OO 씨, 이리 좀 와 봐요."


이름 불리는 게 참 따뜻하고 좋았는데, 이렇게 메마른 감정으로 내 이름이 불릴 수가 있다니 참으로 기막힌 일이었다. 무슨 말을 하셔도 저는 별 수가 없거든요. 옹졸한 속에서는 꿍시렁 불만이 터져 나오고 나중엔 아무 감정이 없어졌다. 하마터면 나도 마른 감정으로 이름을 부를 뻔했잖아.


근거 없는 열등감으로 가득 찬 채 무슨 말을 들어도 마음은 삐딱선을 타고 있는데 그럼에도 열외 되지 않으려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엉덩이를 달싹거리는 꼴이었다. 나의 너그러움은 사라진 지 오래다. 불가피한 상사만큼 마스크가 불가피한 세상이라 참 다행이다.



지구의 만유인력이 작용하는 한 살도 퍽퍽 늘어지고 우화보단 자서전을 쌓아두는 나날들이 빼곡할 테며 사사로운 염정 소설을 척도로 두기보단 더럽고 같잖은 상하 우위에 감정을 팔아먹으려고 들 게 뻔해 난 아직 장사할 거리가 넉넉히 남은 젊음을 품고 사는 강산이라 십 년이 지난다면 빛이 바랠 거야


오랜만에 몇 년 전 끄적여두었던 글을 읽었다. 문장 구조도 문장부호도 무시한 채 알록달록 매력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내 문장들이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퇴사한다고 말하면 엄마가 속상해할까? 지 밥벌이도 못한다고 말이야. 

'괜찮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고. 분명 후회할 거야.



그래, 이것이 나의 퇴사 이유이다.

시시덕댈 수 있는 현재에 조금만 더 집중하자.

한번 사는 인생, 내 전성기는 딱 한 번이야.


더 이상 잘 보일 구석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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