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퍼스널 트레이닝을 위해서 해야 할 두 가지 질문
남의 시선에 예민한 우리나라는 소비자에게 몸에 좋다는 포지셔닝이 잘 되어 있으면 그 가치를 높게 봐주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으면 정력이 샘솟고 피부결이 백옥이 되더라, 어떤 시술을 받으면 처진 피부가 탱탱해지고 살이 빠지더라 등등 미용과 건강에 직결되면 그 가치가 요즘 말로 떡상(?) 하기도 한다.
운동은 자기 관리의 대명사요, 건강과 뷰티 시장에 중첩돼 있는 분야이다. 그중에서도 퍼스널 트레이닝은 회원의 운동 목표에 맞추어 트레이너가 필요한 운동을 지도해주는 것을 말한다. 맙소사, 전문가가 온전히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시간을 할애하며 나의 몸을 위해 자기 시간을 할애하다니! 생각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때문에 퍼스널 트레이닝은 시간을 단가로 하며 그 단가가 제법 비싼 편이다. 그렇기에 피트니스 시장이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헬스장 이용권과 퍼스널 트레이닝은 부와 과시의 상징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피트니스 시장과 퍼스널 트레이닝의 저변이 확대되어 "나 PT 받아."라고만 말해도 '아 트레이너와 함께 일대일로 트레이닝을 받고 있구나'라는 말로 이해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의 월급으로는 퍼스널 트레이닝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받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여기에 대한 생각은 다음번에 풀어보겠다).
아무튼 대다수의 사람은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고자 결심할 때 제법 큰 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몸매와 얼굴이 포트폴리오인, 처음 본 사람에게 세치 혀에서 나온 말들만 듣고 누군가에 월급에 준하는 돈을 투자해서 과연 내가 원하는 운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실로 합리적이고 지당한 고민이다. 효율성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퍼스널 트레이닝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 정신력과 체력에 대비하여 원하는 운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퍼스널 트레이닝을 하기 전에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두 가지 경우이다. 돈보다 다른 것들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둔 사람이거나 진솔함을 갖춘 트레이너와 함께 하고 있거나.
"얘 말대로 하면 정말 될까?"에 대한 질문에 답은 사실 그렇다, 그렇지 않다로 명확하게 얘기할 수 없는 질문이다. 만약 이 질문을 앞에 있는 트레이너에게 했는데 너무나도 자신 있게 얘기한다면 이유에 대해 귀 기울여 보고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자칫 하다간 골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운동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 대답에 대해 명확성을 높이고 성공적인 퍼스널 트레이닝이 되려면 두 가지 질문에 명확해야 한다.
첫 번째는 운동 목표가 무엇인가? 에 대해서 명확해야 한다. 10년 정도 회원님들을 대하며 이야기해본 결과 대부분의 운동 목표는 다음과 같다.
살 빼기
근육 만들기
탄력 있는 몸만들기
체지방 줄이기
운동 배우기
건강해지기
체력 기르기
아마도 위 운동 목표 안에 본인이 생각한 목표가 들어 있지 않을까 싶다. 말만 들었을 때 참 쉽다. 하지만 조언을 드리는 입장에서 이런 질문은 너무나 추상적이다. 때문에 처음 상담 오신 회원님들과 하는 일이 바로 '목표 쪼개기'이다. 살을 빼고 싶다는 것이 얼마큼 빼고 싶은 것이며 빼고 싶은 것이 체중계의 숫자인지, 지방인지? 근육을 만들고 싶다면 어느 부위의 근육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 정말로 근육의 사이즈를 키우고 싶은 것인지 근육의 선명도를 키우고 싶은 것인지? 본인이 생각하는 탄력 있는 몸의 기준이 무엇인지? 예전보다 나아진 상태라면 조건부 예스를 할 수 있지만 누가 봐도 멋지고 탄탄한 연예인 혹은 피트니스 스타의 몸을 만들고 싶은 것이라면 100% 노력을 해도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팅 모델과 같은 핏으로 옷을 입고 싶은 것인지 작년에 산 바지를 다시 입고 싶은 것인지, 어떤 부분이 좋아져야 체력이 길러졌다 느끼실지, 그리고 과연 그런 이슈가 체력 문제일지 등 고효율을 위해서는 내가 퍼스널 트레이닝을 통해 뽑아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 본 사람에게 내 피, 땀, 눈물과 같은 통장을 '텅장'으로 만들 수도 있을 테니까.
두 번째는 현재의 나의 내외적인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몸만들기가 쉬웠다면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이 2005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내부적으로 그리고 외부적으로 나라는 사람을 알아야 구체화한 나의 운동 목표가 실현 가능한 것인지 뜬 구름 잡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내부적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은 바로 나의 현재 체력 상태이다. 다행히도 이 부분은 조금만 노력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무료로 받아 현재 수준을 점검할 수 있다. 가까운 보건소에서 체성분 측정을 통해 내 몸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하고 국가에서 시행하는 '국민체력 100(http://nfa.kspo.or.kr/)'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체력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요즘에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피트니스 시설에서도 운동 전 평가지 작성, 테스트들로 지금 나의 몸 상태를 점검해주기도 한다. 만약 나의 체력이 똥망인데 피트니스 대회용 몸을 원한다면? 그 길이 너무 멀고 험난하여 중간에 운동을 포기할 확률이 다분해진다.
목표를 구체화했고 현재 나의 상태에 대해 알았다면 이제 그 사이에 얼마 큼의 갭이 존재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다. 이제 점검해야 할 부분은 그 갭을 좁히기 위해 얼마큼 외부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가이다. 과연 얘가 시키는 대로 운동을 나올 수 있고 식습관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인가?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요소가 잘 통제되지 않으면 현재 나와 목표 사이의 갭은 줄어들지 않을 수 있으며 '난 뭘 해도 안되는구나'라는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턱대고 지른 퍼스널 트레이닝을 트리거로 관성의 굴레를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환경은 더욱이나 바뀌기 어렵다. 누군가 나의 변화에 큰돈을 배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일반인에게 있어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본다.
시간과 돈은 일반적으로 유한한 재원이다. 퍼스널 트레이닝은 위 두 가지 모두를 투자해야 하는 행위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성공적인 퍼스널 트레이닝을 위해서 위 두 가지 고민에 대해 스스로 명확하게 기준을 잡아 놓으면 '얘'가 하는 말이 뜬구름인지 잡을만한 기회인지 구분할 수 있다. 만약 혼자 고민하는 것이 어렵다면 트레이너와 함께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트레이너의 일방적인 방법론보다 이런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퍼스널 트레이닝 시작 유무를 따지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저만 따라오시면 됩니다'식의 확신에 찬 어조를 사용하는 빈도가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회원님들에게 명확한 대답을 해드리지 않으니 가끔은 혼란스러워하신다. 운동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나와 이야기를 나누시고 신중하게 생각해보겠다 말씀하신다. 가벼운 미소로 회원님 이야기에 동의한다. 그러면서 상담을 통해 등록하는 확률이 줄었다. 하지만 벌이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그 이유는 그렇게 신중한 고민을 하고 운동을 시작하신 분들은 본인이 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시작하기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해가 지날수록 명확해지는 것도 있다. 어제의 나보다 건강해질 수 있고 내 삶의 바운더리를 넓힐 수 있는 기회 중 하나가 바로 퍼스널 트레이닝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