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흐르는 물조차
곤한 듯 코골고,
어린 뭇별들 졸고 있는
고요한 여름 밤.
타는 가슴에
한숨만 토하며,
바람에 날려가 듯
흘러가는 별.
조국은 어디로.
유성은 어디로.
다만 하늘을 우러러
마음만의 합장.
미친 바람아
영원히 사라져라.
조국아 재생하라.
평화 종아 울려라.
마음 붙일 수 없는 세상이지만
불멸의 두 주먹 굳게 쥐고,
어디론지 흘러가는
병똥별. 흐르는 별.
(1950.7.23)
중학 2학년에 진급하면서 6.25동란(動亂)이 일어났다. 공산군은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남하(南下)하여, 국가의 운명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섰다. 우리 가족들은 피란을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누나와 동생은 할아버지 댁으로 보내어지고, 어머니는 친정으로 갔다.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안양으로 향했다. 그러나 배들은 모조리 징발(徵發)되어 한 척도 남아있지 않아, 발걸음을 돌렸다. 일행 중에는 아버지의 동지(同志)인 장흥 출신 국회의원 고영완씨의 모친도 함께 하였다. 이 분은 우리와 생사를 같이 하겠다고 따라 나선 것이다.
우리는 탐진강을 옆에 끼고, 외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임시로 은신해 있기로 한 것이다. 할머니는 이따금 길가에 우뚝 서서 합장(合掌)을 하곤 했다. 기도를 하였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콧날도 시큰거리며, 나도 따라 마음속으로 합장하였다. 7월 23일 밤. 이날따라 달은 없고 하늘에는 뭇별만 총총했다. 가끔 유성(流星)이 꼬리를 끌고 흐르다간 이내 사라졌다. 마치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쫓겨 가는 것 같았다. 별똥이 사라지기 전에, 자기의 소원을 세 번을 빌면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했지....
광풍(狂風)은 영원히 사라지고, 조국의 평화(平和)가 어서 오기를 간절하게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