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멧새 1 09화

불춤

by 최연수

샛빨간 옷을 휘감고

돌개바람 춤을 추자.

땅에서 땅에서

돌을 구워먹고,

하늘까지 올라가

구름을 삶아먹고.


샛빨간 옷자락 펼치고

회오리바람 일으키자.

바람을 바람을

태워버리고,

흐르는 강물조차

말려버리고.



어느 무대. ‘광염소나타(狂炎sonata)’의 선율(旋律)을 타고, 새빨간 옷을 입은 무희(舞姬)가 등장한다. 분홍색 조명이 너울거리고, 무희는 미친 듯이 춤을 춘다. 분신(焚身)하듯 무희에 불이 붙고, 무대가 타고 극장이 탄다. 마침내는 객석(客席)까지 타서 재로 변하거나 기화(氣化)해 버릴지 모른다.

내가 지나치게 냉정하고 냉철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런 정열(情熱)을 그리워하는 심리일 것이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만 19세의 나이로 교단에 섰다. 학업성적이 좋아, 서울의 국민학교에 임용되었다. 많은 학우들의 선망(羨望)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에 만족할 수 없었다. 청년은 보다 높은 이상(理想), 보다 화려한 야망(野望)에 가슴 부풀었다. 법관이라는 청운(靑雲)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관문(關門)으로, 고등고시 예비고시에 합격하였다.

불! 화마(火魔)는 나의 뼈까지 녹일 듯한 아픔을 주는 단어다. 1949년 중1 재학(在學)중일 때는 공비(共匪)들에 의해, 1958년 내가 교직 초임(初任) 시절에는, 고향 집 세탁소 종업원의 실화(失火)에 의해, 생명만을 겨우 건졌다. 이렇게 우리에게 비운(悲運)을 안겨준 불꽃이 되어 활활 타고 싶다니 이 무슨 역설(逆說)인가? 내 자신이 용광로(鎔鑛爐)가 되어, 잔혹(殘酷)한 불카누스 신(Vulcan)과 대결하겠다는 오기(傲氣)가 생겼다. 고시의 합격만이 이 일을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keyword
이전 08화流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