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초록 색연필로
주욱 주욱
금을 그어 놓았습니다.
누가
연두 색연필로
꼭 꼭
점을 찍어 놓았습니다.
수양(垂楊)버들. 시골 냇가나 우물가에 흔히 늘어져 있는 이 나무는, 풍치목(風致木)으로 널리 심겨져 있다. 그런데 해방 직후, 재일교포(在日僑胞)로 귀국한 동네 친구는 몹시 싫어했다. 나는 땅에까지 축 드리워진 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운치(韻致)로 보는데, 그는 귀신이 산발(散髮)한 것 같다는 것이다. 똑같은 사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천차만별(千差萬別)일 수 있다.
아무튼 이른 봄 축축 늘어진 초록색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겨울눈(冬芽)이 연초록색으로 변하며, 봄 소식을 알려주는 것을 나는 좋아했다.
‘봄버들’은 하나의 초록색으로 그린 소묘(素描)다. 아무런 꾸밈도 없다. 이 동시는 60년대 말, 시내 국민학교 교사 문학동호회(文學同好會)에서 발간한 ‘꿈이 자라는 칠판’지에, ‘종이새가 깐 알’ 동화와 함께 실린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후 어느 책에 이 동시가 해설과 함께 그대로 실려 있었다. 누가 작자인지 이름도 없이, 마치 자기 작품인양 해설하고 있었다. 아주 간단한 글이므로 해설이 잘 못 된 것은 없었으나, 도리(道理)에는 어긋난 것 같았다. 이미 문학에서 손을 떼고 있었을 때니까 알아보고 싶지는 않았으나, 표절(剽竊)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