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으로 찌익
파아란 금 하나.
소리 없이 조금씩 조금씩
파아란 물이 오른다.
이른 봄 나무는 파랑 온도계.
몇 째 번 가지까지 물이 올랐나?
꼬옥 껴안아 줄게,
호호 입김도 불어줄게.
파랑 물아 쑤욱쑤욱 올라가
피워라 피워라 파랑 잎들을.
* 1961 ‘어린이’ 지에 게재
50년대 말 대림동 출․퇴근 길은 시골 그대로였다. 종달새가 하늘 높이 치솟는 들을 지나고, 뻐꾸기가 우는 산등성이를 넘어서, 송사리가 헤엄치는 개울을 건너고...
시상(詩想)이 떠오르면 붓 가는대로 썼다. 짧은 기간에 많은 동시를 쓰면서 ‘시’와 ‘동시’의 경계(境界)가 늘 알쏭달쏭했다. 굳이 가르면 뭘 하랴.
추위를 잘 타는 나는 늘 봄을 기다렸다.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새움이 파릇파릇하게 틀 무렵이면 기지개를 켰다. 아직은 잎눈(葉芽)이 잠을 깨지 않았는데, 물이 오르기를 얼마나 기다렸는가? 성급하게 손톱으로 긁어 흠집을 내보면 초록색 금이 그어진다. 아, 소리 없이 물이 오르는구나!
1968년 8월 7일자 ‘소년한국일보’에 실린 그 시절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