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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Mar 06. 2024

4월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

인터뷰어 지민 / 포토그래퍼 지은



* 이제 과의 인터뷰입니다.





    아무 일이 없더라도 혼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같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게를 들어가고,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고, 버스를 기다리다가 옆 사람한테 괜히 한 번 말도 걸어보고. 이렇게 해보면 뭔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는 것 같아. 혼자 돌아다녀도 혼자라는 감각을 잊게 되는 느낌이야. 지금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내가 원할 땐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옆에 할머니 한 분이 계셨어. 앉아서 영화 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팝콘을 먹으라고 주시는 거야. 그래서 혼자 오셨냐고 말을 걸었는데, 함께 영화를 보러 다니던 친구가 얼마 전에 돌아가시면서 영화를 혼자 보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 내가 어떻게 반응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20살이 되기 전까지 시골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어. 그때는 혼자 새로운 장소를 가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러다 20살이 되고 서울로 왔는데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엄청 많은 거야. 동네마다 다른 재미가 있으니까 그런 걸 찾으러 다니게 되고.

 

    혼자 다니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 혼자 다닐 때 좀 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해야 되나. 오래 머물고 싶을 때 오래 머물고, 짧게 머물고 싶을 때 짧게 머물 수 있고. 그게 어느 순간 편해진 것 같아.
 

    2학년 때 자취를 시작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졌는데 그때 좀 우울했던 것 같아. 우울해지고, 우울해지니까 그 감정을 더 파고들게 되고, 아무것도 안 하게 되고.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있었어. 그러다가 작년 여름 방학을 기점으로 바빠진 거야. 물리적으로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 바쁜 한 달이 되게 즐거웠어. 그래서 그때부터 집에 하루 종일 있는 날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한 거지.





    앞과 뒤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 다른 표현으로는 자연스러운 사람. 내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움은 왜곡이 없다는 거야. 타인을 왜곡해서 보지 않고, 나 자신을 왜곡해서 드러내지도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나는 페르소나가 많은데, 사람들 중에 정말로 한 가지 모습을 가진 것 같은 사람이 있더라고. 그게 되게 좋아 보였어. 같이 있을 때 나도, 그 사람도 편해보였어. 자연스러운 모습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





    인사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교에서 매일 교통 안내해주시는 분께 인사하는 걸 챌린지처럼 생각해. 그분도 분명 좋아하실 거야. 내가 아르바이트 할 때 누가 나한테 친절하게 인사해주면 기분이 엄청 좋았거든. 인사를 나누는 게 활력소가 된 것 같아. 
 

    나는 여유로운 사람이고 싶어. 그리고 여유는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 만약 그 여유를 만들어서 뭔가 내 인생이 틀어진다면... 그렇다면 그건 어찌되었든 틀어질 거 아니었을까?
 

    지난 학기에 웰니스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쉼에 대해 정의를 해봤어. 누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쉰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별로 공감이 안 되는 거야. 나는 현재를 위해 쉬어야 해. 시험 기간이더라도 영화 보고 싶을 때 그냥 2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행복할 수 있는 게 중요해.





    사실 모든 달이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그 달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돼. 벚꽃은 4월에만 피니 벚꽃을 봐. 그리고 식목일도 있으니 나무를 좀 보고 식물도 하나 사서 집에서 키우는 거야. 쑥떡도 먹고, 달래장에 밥도 비벼먹고, 냉이 된장국도 끓여 먹는 거지. 맛있겠다. 그러다보면 4월을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을 걸?
 

    난 정말 모든 달이 좋아. 모든 계절이 좋고. 그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그 달이 좋아질 수밖에 없달까. 사소한 것들에 감동을 잘 하는 편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






인터뷰어 지민 / 포토그래퍼 지은

2024.02.22 이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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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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