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스꾸 Apr 24. 2024

충분히 즐겼니

인터뷰어 정연, 경수 / 포토그래퍼 누비


* 서현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봄은 즐기셨나요?

가장 크게 날씨가 좋아져서 기분이 좋아요. 외출할 때마다 거치는 이웃 아파트 담벼락에 라일락이 펴있어요. 봄마다 그 향기가 항상 진하게 나는데 그걸 맡으면서 또 봄이라는 걸 느끼죠. 요즘 저희 강아지 지몽이와 산책을 하는데, 그걸 핑계 삼아 약속 없는 날에도 나가서 즐겨요. 다른 사람들처럼 특별히 놀러 가진 않았어도 일상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삶을 풍요롭게 즐기는 방법이 있나요?

사소한 것들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큰 바위 같은 것들이 나를 풍요롭게 만들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자잘한 돌멩이 같은 것들이 저를 풍요롭게 하는 것 같아요. 과제 할 때 무릎에 올라온 지몽이 덕에 느끼는 따끈함이나, 월요일 화요일마다 돌아오는 드라마, 블로그 작성을 핑계로 가는 맛집이라던가. 이런 행복을 자주 끼워 넣으려 해요.

 

- 오늘 나를 풍요롭게 한 것이 있다면?

Fujii Kaze의 Tiny Desk Concert 라는 라이브 영상을 본 거요.  원래는 'Ditto'를 느끼하게 부르시는 밈으로만 알고 있던 가수였어요. 그런데 정작 그분의 노래는 안 들어봤더라고요. 우연히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들어봤는데, 전부 제 취향이었어요. 이 재발견이 오늘의 풍요죠. 그리고 그걸 친구들에게 공유했던 게 오늘의 기쁨이에요.

 





-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있나요? 

장르를 가리진 않는 편이에요. 예전 MP3를 들어보면 이걸 왜 들었지, 싶은 것들도 있지만요. 밴드나 R&B 재즈도 참 좋아해요. 저는 가사가 조금 안 좋아도, 멜로디나 리듬이 좋으면 흐린 귀를 하고 듣는 편이에요. 

요즘 꽂힌 노래는 Wouter Hamel의 ‘Escapade’에요. 재즈풍 노래인데, 요즘의 봄 날씨에 들으면 기분이 갑자기 좋아져요. 


최근에 유튜브 음악 플레이리스트 계정을 만들었어요. 그중 한 영상이 제 기준에서 큰 조회수가 나왔는데요. 그 영상에 달린 따듯한 댓글들 덕에 꾸준히 해보고 싶어졌어요. 


평소와 다를 게 없는 하루.

딱히 힘든 일은 없지만 

힘내라는 말과 노래에

뭔가 따듯해지는 기분


이런 댓글이요. 

 





스물다섯이란 나이를 체감하나요? 

만으로 따지면 스물셋이지만, 스물다섯이라 체감해요. 작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작년에는 아주 바빴어요. 학교 열심히 다니면서 주말엔 아르바이트하고, 교생 실습도 하고. 기분 좋은 바쁨이었지만 체력적으론 지쳤죠. 그때 느낀 결핍일까요. 올해는 수업도 적어지고 여유로워져서, 바쁨을 청산하고 내 선택에 책임을 잘 지는 나이가 되려고 해요. 

 

- 학교를 보내줄 준비가 됐는지?

얼떨떨해요. 내가 대졸이라니. 나 자체는 크게 변하진 않았는데, 가라는 느낌이에요. 1학년 때는 대학생이 되면 완전히 새로운 내가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더라고요.  2, 3학년 때는 ‘이렇게 가면 내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로 졸업하겠구나’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1년 동안 휴학을 했죠. 

 






- 휴학 기간은 어떻게 보냈나요? 

사실 휴학하고 나서도 다른 친구들처럼 인턴이나 알바도 하지 않았어요. 1년을 푹 쉬었죠.  저한테 쉬는 건 뭐든 채울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 두는 거예요. 스위스에서 사촌 언니 결혼식을 운 좋게 갔던 것도, 휴학을 안 했다면 기말고사 기간이니까 못 갔을 거예요. 누가 불러도 만날 수 있고, 무슨 이벤트든 잡을 수 있는 여유와 자유로움 자체가 쉼인 것 같아요. 


1년을 쉬니까 뭔가 열심히 채울 힘 정도는 생겼어요.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다 떨어진 것처럼, 때가 왔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죠. 






졸업하는 나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충분히 즐겼니? 말고는 딱히 없네요.

그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즐긴 것 같아요. 수업, 과제를 열심히 해보기도 하고, 축제도 즐겨보고, 이곳저곳 가봤어요. 특히 ‘컬처앤테크놀로지 융합 전공’을 복수 전공했던 게 이전과는 다른 길로 틀면서 되게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있긴 했지만, 제일 원하고 좋아하는 걸 찾고 싶었어요.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이 제 원전공인 교육학 전공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얕은 느낌도 있어요. 한 학기에도 많은 강의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강사님이 초빙돼서 오셨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그런데 저는 약간씩 발을 담가보면서 찾아가려 했어요. 결국에는 영상 콘텐츠 기획이나 촬영 제작, 스토리텔링 방식의 마케팅을 좋아하는구나, 정도로 좁힐 수 있었어요. 






대학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한 명을 꼽기가 어렵네요. 어떤 시기에 무언가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동료’였던 사람들? 1, 2학년 때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일정을 보냈던 동기들이나, 복수 전공을 하면서 같이 팀 프로젝트를 했던 사람들이요. 그리고 저는 그런 인연들이 닫히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서 ‘그렇게 친한 사이인가?’싶어도 괜히 안부를 묻기도 하죠.  






인터뷰어 정연, 경수 / 포토그래퍼 누비

2024.04.17 서현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휴스꾸 인스타그램

-휴스꾸 페이스북 페이지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온전한 내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