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수수 / 포토그래 민경
* 주원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내 주위에 너를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아.
모든 사람이 너랑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속해 있는 동아리나 단체에서 단지 열심히 했을 뿐인 것 같은데… 지내다 보니 모두랑 친해져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형님이 한 분 계시는데 그 형님께서는 어떤 단체에 속하게 되면 쏟는 열정이 정말 큰 분이었어요. 제가 그분께 배운 점은 단체의 본질을 알고, 그 부분에서 열정을 다하면 모두가 그걸 알아준다는 거였어요. 다시 말하면 밴드 동아리에 놀기 위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밴드를 열심히 하기 위해 들어가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거죠. 각각의 단체가 생긴 이유가 있잖아요? 축구 동아리는 축구, 야구 동아리는 야구, 학생회는 학생회의 일이 그 단체의 존재 이유인 거고 그 본질을 흐리지 않고 단체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그 목적에 맞게 진심으로 임하다 보면 진심으로 임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저는 사람들을 만나면 사람들이 자신의 얘기를 많이 하는 게 좋아요. 그런 얘기들을 듣다 보면 많이 배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사람들한테 많은 노력을 쏟거나 엄청 잘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다들 좋게 생각해 주시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이유가 저도 궁금해요 (웃음).
학생회장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뭐야?
총학생회를 했었는데, 총학생회에서는 제가 막내였어요. 제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거든요. 내가 조금 더 나서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어요. 권한을 가지고 결정을 내려볼 기회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경영대학 학생회장이라는 좋은 기회가 생겨 도전하게 됐었어요.
실제로 너의 활동 폭이 많이 넓어졌어?
총학생회를 할 때는 사업을 하나 하게 될 경우 제가 맡게 되는 역할이 정해진 실무를 하는 정도였어요. 학위복 대여 사업을 하기 위해 직접 세탁을 맡기거나, 사업 시작 전에 장소를 세팅하는 일들을 했었죠. 반면에 학생회장이 되고 나니까 여러 가지 사업 중 어떤 사업을 시도하고 어떻게 그 사업을 시행할지 전체적인 방향성을 결정하는 일을 하게 됐어요. 그게 큰 차이점이었고, 또 생각보다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일이 이상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결정을 내리는 자리라는 것은 그만큼 책임질 무게가 크다는 거잖아요?
경영대학 새내기 새로배움터를 준비할 때가 기억에 남는데, 새내기 배움터 같은 경우는 시기상 학생회가 새로 출범하자마자 바로 준비를 시작해야 해요. 학생회가 이 행사와 관련된 기획사랑 계약을 하는 구조인데, 여러 기획사가 있으니 충분히 고민해 보고 학우분들이 정말 마음에 들어 할만한 곳들을 고르고 싶었어요. 그런데 기획사 입장에서는 얼른 계약을 끝내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계약을 일정 기간 안에 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회랑 계약할 수 있다거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압박이 계속 들어왔어요. 새내기 새로배움터 준비 과정에 대한 정보나 경험은 충분치 않은데 마음은 조급하니까 되게 힘들더라고요. 당연히 기획사 입장에서는 압박을 줄 수밖에 없으니 그걸 알고 천천히 여러 업체를 만나보면서 최적의 선택에 집중하면 되는 건데 처음이라서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웃음). 그래도 학생회 부원들이랑 행정실 선생님들이랑 끝까지 고민해서 잘 결정했죠.
회장직을 경험하니 알게 된, 부원일 때는 몰랐던 깨달음을 얻은 부분이 있다면?
제가 부원의 입장에서 의문을 품었던 모든 결정 사항들 속에는 내가 알 수 없었던 누군가의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는 것들을 깨닫게 됐어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에 최선의 방법을 찾아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던 것 같아요.
아주 말단의 부원일 때는 혼자서 속으로 사소한 결정을 내리는 건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때 ‘왜 이 결정을 빨리 내리지 못하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어떤 결정 사항에 대해서 ‘더 좋은 방안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와 같은 의문을 품는 경우가 있었어요. 학생회장이 되고 나니 모든 회의 내용, 의사 결정의 이유를 하나하나 깊게 알 수 없어서 생겼던 그 의문들에 스스로 답할 수 있게 됐죠. 앞서 이야기했던 새내기 새로배움터를 다시 예로 들어보면, 새내기 새로배움터를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시설도 좋고 넓은 좋은 숙소에서 묵고 싶잖아요. 근데 경영학과는 특히 인원이 많고 여러 반이 있다 보니 반끼리의 단합을 위해 한 방에 얼마나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우선순위로 고려해야 했어요. 새내기 새로배움터의 행사는 저녁 식사 이후 방에서 활동하는 반 친목 프로그램들이 많기 때문에, 한 반이 흩어지지 않고 한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이 조건을 충족하는 숙소는 상대적으로 숙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이런 상황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는데, 새내기 새로배움터의 목적은 결국 단합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였던 방의 크기를 기준으로 숙소를 선정했어요. 이러면 당연히 숙소에 대한 호불호가 생길텐데, 그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을 학생회장의 자리에서 견뎌야 했던 것 같아요.
임기 기간 가장 고마웠던 사람은 누구야?
아무래도 부회장님. 원래 누나가 학생회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같이 공부하면서 집에 가는 길에 제가 여러 번 제안을 했었거든요. 언젠가 마음을 열고 받아주셨는데, 그 이후로 함께 일하는 1년 동안 한 번도 안 싸우고 잘 마무리하게 됐으니 정말 고맙죠. 제 사소한 의견부터 중요한 결정 사안을 모두 존중해주시니까 좋은 관계가 지속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함께 사업을 하나씩 해나갈 때마다 학생회 부원들 한 명 한 명에게 감사함을 느꼈어요. 혼자서는 제 머릿속에 있는 일들을 절대 구현할 수 없었을 것 같거든요. 제가 잘 못해서 쩔쩔매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각자 그 역량이 있는 부원들이 한 명씩 와서 자신들의 능력으로 그 부분을 메꿔주더라고요. 그때 많이 느꼈어요. ‘아, 혼자서 고민하고 꾸역꾸역 문제를 붙잡고 있을 게 아니라 힘을 모아야 하는구나. 그러기 위해 각자의 능력을 가지고 이 단체로 모이는 거구나.’ 싶었죠.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어?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얼마 전에 임기가 끝났는데 마지막 회의를 진행하지 못했거든요. 다 같이 모여서 한마디씩 하고 마무리를 예쁘게 짓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요.
학생회라는 단체와 학생회장이라는 직책은
학생들을 비롯해 학교를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는 부분이 많잖아.
가끔은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 애착을 느끼는 것 같아?
일하는 게 재밌고 살아가는 느낌이 있어서 애착을 갖는 것 같아요. 학생회라는 게 결국에는 봉사를 하는 단체인데 봉사를 하면서 그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고 밥 먹고 회식하고 그 모든 게 즐거워요. 또 제 주변의 많은 친구들, 선후배 분들을 위한 사업들을 진행하는 거니까 일을 하다 보면 지인들이 와서 한마디씩 해주거든요. 그런 것들 덕분에 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예비군 조식 사업인데 기업에 제안서 돌리고 전화 해가면서 쿠키, 과자, 음료수, 두유, 삼각김밥 등을 3천 명 규모로 열심히 협찬받았거든요. 새벽 5시부터 8시까지 배부가 진행됐는데 이 과정을 3일 내내 하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도 아는 동아리 형들이 많이 오시고 고맙다고 말씀해 주셔서 조식을 나눠드리면서 힘듦이 사라지는, 되게 좋은 추억들이 생긴 것 같아요.
경영대학 학생회장에서 경영학과 재학생이 된 요즘의 고민이 있다면?
사실 경영대학 학생회장이라는 큰 자리를 내려놓게 된 지금이 학생회장일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게 좋았거든요. 학생회장이니까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신입생분들과 인사하고 서로 친해지고, 즐겁게 놀고 다 같이 웃는 부분들이 참 좋았는데 내년에는 그럴 수 없잖아요. 이 부분이 너무 슬프고 무형의 것들을 열심히 기획하고 진행했다 보니 다 끝낸 입장에서 돌아보면 남은 게 없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공백기가 생긴 거잖아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학우분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학생회의 숨은 노력이 있을까?
어떤 행사가 시작될 때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 ‘절대 사고만 나지 말아라.’ 거든요. 새내기 새로배움터를 진행하는 2박 3일의 기간은 정말 2시간밖에 못 잤어요. 혹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지 못할까 신경이 쓰여서요. 학생 단체가 무언가를 주관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사고가 났을 때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자고 있다가도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면 벌떡 일어나게 되고, 모든 사업의 시작과 함께 느끼는 감정은 긴장감인 것 같아요. 이렇게 모두가 사업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정말 마지막 한마디
학생회장이 끝나니까 오히려 앞으로 배울 게 더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쉬웠던 부분들도 있었고 그 부분들도 있었지만 다시 열심히 살아가면서 채워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큰 권한을 갖는 리더에 있을 일이 당분간은 없을 것 같은데, 다시 리더를 따라야 하는 입장에서 올 한 해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리더를 이해하는 팔로워로서 책임을 다하며 나아가고 싶어요.
인터뷰어 수수 / 포토그래퍼 민경
2024.11.19 주원 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