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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Dec 04. 2024

춤을 추며 살라

인터뷰어 정연 / 포토그래퍼 지송



* 건호 과의 인터뷰입니다.





    

    

    내가 우리 과 동기들한테 책 하나씩 선물했었잖아. 고1 때부터 '내 인생의 첫 월급은 반드시 이 사회를 더 발전시키는 데 쓰겠다'고 목표를 세웠었어. 월급을 막상 받고 나니까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나는 인재 양성에 관심이 많은 편이니까 푸른 떡잎을 가진 동기들에게 책을 한 권씩 줘야겠다고 생각했어. 나무 한 그루 자라는 데 10년, 20년 걸리잖아. 나도 나무를 심듯이 씨를 뿌려준다면 이 사람들이 사회를 더 발전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했지.





발전하고 싶지 않을 때,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을 때가 있다면 어떻게 할까.

   그러면 언젠가는 불행과 공허함이 온다는 것이 니체의 철학이야. 왜냐하면 삶은 항상 욕망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거든. 원초적인 쾌락이나 정신적인 쾌락에는 역치가 있어. 약발 떨어지면 권태가 되고, 권태에서 더 넘어가면 삶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게 돼. 그래서 흘러가는 대로, 계속 권태롭게 살다 보면 공허함과 허무주의가 찾아온다는 거지. 지나치게 원초적인 본능만 찾게 되면 오히려 그게 정신 건강에 나쁘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원초적이지 않은 게 뭐가 있어? 

- 나는 그 최고봉이 예술이라고 생각해. 대표적으로 미술, 사진, 음악, 체육 같은 것들. 비슷한 맥락에서 니체는 항상 춤을 추며 살라라고 이야기했어. 







   '다름'을 강요하는 사회라고 하던데.

    유튜브에 자기 계발 채널의 자극적인 영상들을 보면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많이 이야기하잖아. 난 동의하진 않는 것 같아. 왜냐하면 수단과 목적이 달라진 거잖아. 나다움을 찾기 위해 탐험하다 보니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게 되어야지, 남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중요한 것은 남들 이야기도 잘 듣고 기존 사회에서 유용한 것들도 써먹으면서, 자기가 진짜 몰입할 수 있는 어떠한 대상을 찾는 것 같아.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만 일부러 가려고 했던 때도 있었어. 1학년 때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고, 나만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 1학년 말에 스타트업 인턴도 했었고 그 뒤로도 스타트업 관련해서 찾아봤었어. 스타트업 CEO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적도 있어. ‘나다움을 실현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스타트업 대표가 되어야 하는지’. 전부 다 ‘노’라고 대답하더라. 스타트업 대표는 단순히 그게 직업, 명칭일 뿐이고, 여기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 충격을 받았지.






실패한다는 건 어떤 의미야?

    실패는 다양하다고 생각해. 아르바이트에서 떨어졌던 것도,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일을 하다가 맞지 않아 나왔던 것도 실패지. 그런데 그 실패는 그냥 ‘나에게 맞지 않음’이라는 의미야. 소거법이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기회가 많으니까. 게임할 때 코인을 넣고 하잖아. 대학생은 이런 코인이 너무 많은 거지. 코인이 많을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뭘 싫어하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싫어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로 위로하는 건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면서도 그 사람한테도 해가 되는 것이라 생각해. 왜냐하면 그 고통을 분석하지 말고 지나가기만을 바라라고 하는 거니까. 깊게 파헤쳐서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내가 무언가를 싫어하는 것으로 인해 고통이 발생한 거라면 코인을 사용해서 싫어하는 것들을 소거해야지. 그래서 단순히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태도로 사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한한 기회들을 계속해서 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해.









인터뷰어 정연 / 포토그래퍼 지송

2024.12.01 건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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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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