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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Dec 25. 2024

새해엔 사소한 근심을 하겠다

인터뷰어 열 / 포토그래퍼 은영



* 동찬 과의 인터뷰입니다.





Q. 올해를 돌아봤을 때 가장 좋았던 점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올해 가장 행복한 한 해를 보냈는데, 내가 나 스스로와 화해를 한 덕분인 것 같아. 작년까지만 해도 자기비하랑 허무주의가 되게 심했거든. 그래서 작년 1학기에 중도 휴학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어. ‘어떻게 하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도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을 다루는 책,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어. 그것들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정말로 적용하려고 애썼어. 결론은 사랑이더라고. 자기비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허무주의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을 때 생긴다는 걸 알았어. 사랑은 의미부여를 동반하니까. 


    앞으로 살면서 내가 가장 오래 잘 지내야 할 사람은 나라는 걸 깨달았어. 항상 남에게는 잘 보이려 하고 도움이 되고 싶어 하면서 나에게는 모질게 대했거든.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면 나를 어떻게 대하고,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생각하니 정말 나를 아낄 수 있었어. 전에는 주변과 비교하면서 내가 가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나도 누리고 있는 게 정말 많았어. 원하던 대학에 다니고, 겨울에 따뜻하게 씻을 수 있고.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순간 모든 게 감사한 일이야. 





Q.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앞서 이야기했지만, 작년까지 인생이 되게 허무하게 느껴졌어.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 목표도 없고 살아가는 이유를 못 찾았어. 다른 사람들은 동기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같은데, 나는 그런 원동력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 그래서 뭔가를 찾아야만 한다고 나를 압박하고, 그게 없는 나는 불행하다고, 내 삶은 허무하다고 생각했어. 


    올해를 행복하게 마무리하면서, 올해 나는 무엇을 원동력으로 삼았나 생각했는데 떠오르는 게 없었어. 동기 없는 삶은 불행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지. 그제야 목표가 없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원동력이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원동력이 됐어.


    감사도 하나의 원동력이지. 주변에 감사할 일들이 참 많다는 걸 알았어. 카페에서 따뜻한 핫초코를 마시는 것조차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 물론 돈을 낸 만큼 상응한 대가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탈하게 온전한 상태로 내가 이걸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일이야. 무엇이든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좋은 일이 생기면 감사하게 되고, 뜻대로 안 되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 





Q. 시작과 끝을 준비하는 나만의 방법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시작이 중요한 것 같고, 인간관계처럼 경계가 불분명한 일은 끝이 중요한 것 같아. 예를 들어 자기계발을 위한 계획을 지키거나, 습관을 들이려고 어떤 일을 꾸준하게 밀고 나갈 때는 시작하려는 마음을 먹는 게 중요하겠지.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고. 시작을 못 지키면 처음부터 망했다는 생각에 의욕이 꺾여서 포기하기 쉬운데 조금이라도 시작을 해놓으면 어떻게든 이어가게 되더라고.


    올해 자취를 시작하면서 루틴을 만들 때도 처음부터 습관을 잘 들이려고 노력했어. 공간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 옷 아무 데나 걸어두지 않기, 침대에서는 핸드폰 안 보기, 12시 이전에는 잠들기, 8시에는 일어나기. 처음에 습관을 잘 들이니까 지금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지킬 수 있어. 이렇게 계획이나 습관을 들일 때는 처음 시작이 중요한 것 같아. 


    인간관계나 내 지난 경험을 끝맺을 때는 좋은 기억을 남기고, 그게 나에게 가져다줄 좋은 영향을 생각해. 좋은 기억이 많아질수록 내 인생도 좋은 인생처럼 느껴지니까. 





Q. 새해 첫 날 하는 일이 있다면?

    큰 행복보다 사소한 걱정을 바라기. 김영민 교수님 책에서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은 없다’라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어. ‘올해는 무언가를 이루어야지’, ‘올해는 더 행복해져야지’ 같은 큰 결심을 하는 게 아니라, ‘오늘 점심 뭐 먹지?’ 같은 사소한 걱정을 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야. 사소한 걱정을 한다는 건 그걸 넘어설 큰 걱정이 없다는 거니까. 새해에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고 못 지킨 적이 많아서 이 글이 인상 깊었어. 새해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 글을 떠올리고, 사소한 걱정을 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것 같아. 






인터뷰어 열 / 포토그래퍼 은영

2024.12.15 동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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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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