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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찾아서

인터뷰어 오늘 / 포토그래퍼 오늘

by 휴스꾸


* 서정, 윤경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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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 | 나는 네덜란드에 오기 전에 사실 큰 기대나 설렘을 갖진 않았어. 굳이 따지자면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린다는 것에 대한 걱정에 더 가까웠달까? 예전에 외국인 친구들과 있었을 때 느꼈던 이질감이나 소외감이 떠올라서 조금은 두려웠는데 생각보다 다들 챙겨주고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윤경 | 네덜란드에 오기 전에 기대했던 것은 ‘자유로움’이었어. 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사람들이 좀 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살 거라고 생각했어. 비록 6개월이지만, 여기 와서 살면 나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았어. 한국에서는 신경 쓸 것도 많고, 남 눈치도 봐야 했거든.


기대와 달라진 게 있어?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달라진 것은 크게 없어. 여기 친구들은 모두 자유로워 보여. 나도 빨리 이들과 동화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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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한 달이 되어가는데, 몰랐던 본인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면 어떤 게 있을까?
혹은 바꾸고 싶은 면이 있어?


서정 | 내가 생각보다 영어 회화에 많이 약하다고 느꼈어. 막연히 ‘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무엇이든 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품이 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어.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외향적이었던 내가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더라고. 한국에 가기 전까지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도 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영어 실력도, 사회적 능력도 기르고 싶어.


윤경 |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어서 외국 친구들과 있을 때 의기소침한 자세로 있는 것 같아. 누군가와 대화할 때 말이 끊어진 적이 별로 없는데, 영어로 대화를 하려니까 어렵기도 하고 문화가 다르니까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더라고. 대화를 무난하게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보여서 조금 놀랐어. 돌아가기 전까지 영어 공부도 틈틈이 하고, 이곳 문화에 적응해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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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은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어?


서정 |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내집단 의식이 강해서 친구끼리도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아. 그런데 여기서는 처음 본 친구도 함께 껴서 노는 문화를 좀 더 느낄 수 있었어. 나부터 그런 점을 한국 가서도 실천해 보면 좋겠다 싶더라고.


윤경 | 이곳은 교통약자들이 이동하기에 정말 편한 곳인 것 같아. 길이 잘 닦여 있고, 신호등에서 소리가 나서 신호가 바뀌었을 때 알아채기 편해. 버스도 저상버스가 대부분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 기다려주는 분위기야. 누구든지 편하게 다닐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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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적, 문화적으로 소수자의 입장이 되어봤는데 어때?
힘들었던 점이 있어?


서정 | 소수자는 단어에서부터 그렇듯 굉장히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아시아인의 비율이 훨씬 적은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소수가 될 수밖에 없지만, 명확히 어떤 점이 힘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 어떤 생활 방식은 비슷하고 어떤 부분은 달라서 차이를 마주했을 때 상대방의 개인적인 성향인지 문화의 차이인지를 깨닫기 쉽지 않더라고. 다만, 유럽권 친구들은 언어에 공통점이 있고 문화권에도 비슷해서 인지 빠르고 깊게 친해지는 것 같아. 나는 전혀 다른 문화에서 생활해 왔고 완전히 다른 언어를 쓰다 보니 친해지기 쉽지 않게 느껴져.


윤경 | 조금 무서울 때가 있어. 어딘가에 갔는데 혼자 동양인이면 살짝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 사실 여기 와서 인종차별을 당했었거든. 그 이후로 나만 동양인이면 주변 눈치를 살피게 되고, 누군가 다가오면 경계하게 돼. 그래도 아직은 나쁜 사람들보다 착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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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 | 나는 네덜란드에 온 첫 주가 가장 힘들면서도 재밌고 인상 깊었어. ESN이라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며칠 동안 파티와 펍을 즐기며 체력과 소셜 배터리가 바닥이 나버렸어. 그럼에도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난생처음 파티를 가보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한 주였어. 언젠가는 파티 문화가 있는 곳에서도 살아보고 싶어졌어.


윤경 | 영국 여행 중에 빅벤 앞에서 사진작가 아저씨를 만났어. 노을 지는 걸 기다리다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내가 먼저 말을 걸었는데, 아저씨가 조금 더 기다리면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해서 같이 노을 지는 걸 기다렸어. 소소한 대화를 하면서 1시간 정도를 기다리니까, 정말 멋진 야경이 펼쳐졌어. 혼자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는데 멋진 경험을 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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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서 느낀 '집'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나 생각이 있다면?


서정 | 그동안 한국에서는 편안함이 너무 익숙해서 그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 지금 네덜란드에 있는 내게 집은 ‘comfort zone’을 의미해. 여기에 온 뒤로 편안함 밖으로 나갈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그 안에만 머무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고 여전히 그런 상태야. 인간에게 집은 돌아갈 공간이면서도 영원히 갇혀 있을 수만은 없는 곳이잖아. 익숙한 것들에만 안주하고 싶지만, 노력을 들여 깨나 가야 한다고 생각해.


윤경 | 영국 여행을 할 때 호스텔에서 묵었는데, 10인실이었어. 호스텔에 묵는 것도, 이렇게 많은 인원과 방을 공유하는 것도 고등학교 수련회 이후로는 처음이라 첫날에는 조금 어색하고 불편했어. 그런데 다음 날 하루 종일 여행하고 숙소로 돌아가니까,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어. 돌아갈 곳이 있다면 그게 어디든 집으로 느끼게 된 것 같아.






인터뷰어 오늘 / 포토그래퍼 오늘

2025.02.23. 서정, 윤경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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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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