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의 관점에서
지난 글을 쓰고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코리빙이라는 모델을 잘 모르겠다.
호텔이라는 모델하고는 뭐가 다른 것인가 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 부분에 대해 조금 정리를 해보고자 글을 써봅니다.
코리빙과 호텔은 모두 사람들이 잠시 머물고 서비스를 누리는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근본적인 접근 방식과 제공하는 경험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두 모델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는
바로 하드웨어적 차이와 소프트웨어적 차이입니다.
호텔의 하드웨어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독립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객실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공간으로 설계되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편의 시설이 객실 내에 모두 갖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침대, TV, 욕실이 독립적으로 배치되어
개인적인 사용을 우선시합니다.
로비나 레스토랑 등의 공용 공간은 대부분의 고객이 잠깐씩 이용하는 장소에 가깝고,
오히려 사람들과의 교류를 제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 = 프라이버시의 철저한 보호 측면이라는 점이겠죠.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해외 리조트의 경우는 고객과 고객 간의
프로그램의 참여를 유도해서 교류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많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반면, 코리빙은 하드웨어의 설계 자체가 공유와 커뮤니티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개인실이 제공되기도 하지만, 주방, 거실, 라운지 같은 공용 공간이
더 넓고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사람들과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넘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생활 방식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호텔은 고객에게 최대한 편리하고 쾌적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숙련된 직원들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고객은 룸 서비스, 컨시어지 서비스, 객실 청소 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통해 편안함을 누리며,
모든 것을 직원들이 처리해 주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호텔에서는 고객이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강하게 적용됩니다.
코리빙에서는 서비스의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일상적인 활동을 사용자 스스로가 주도하며,
커뮤니티 매니저는 주로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기획해 관계 형성을 돕습니다.
예를 들어, 코리빙 공간에서는 요가 클래스, 영화 상영, 네트워킹 이벤트 같은 프로그램이 자주 열리며,
사람들 간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소프트웨어 요소로 작용합니다.
고객은 서비스의 소비자가 아닌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서 소통과 경험을 공유하게 됩니다.
이 두 모델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차이는 결국 고객 경험에 대한 목표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호텔의 목표는 고객이 편안하고 독립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고, 서비스를 통해 최고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호텔에 머무는 동안 고객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필요시 서비스만 제공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코리빙의 목표는 공동체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생활하는 경험을 누리는 데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경험을 공유하고,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 자체가 큰 매력입니다. 결국, 코리빙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와 네트워킹이 고객 경험의 중심이 됩니다.
호텔과 코리빙은 고객 경험의 목표가 다릅니다.
호텔은 고객에게 독립적이고 편안한 휴식을, 코리빙은 사람들 간의 교류와 커뮤니티 형성을 중시하죠.
그런데 두 모델 모두 결국 사람이 중심입니다.
호텔의 서비스는 직원이 제공하고,
코리빙의 커뮤니티는 사람들 간의 교류로 이루어집니다.
이 두 모델을 결합했을 때의 상상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경험은 복잡합니다.
이벤트나 프로그램은 자율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지만,
많은 경우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커뮤니티 형성에도 큰 의지가 필요합니다.
결국 커뮤니티의 본질은 = 생산자 / 내가 가진 기술이나 업을
수익화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쉽게 얘기드리면,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다양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을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이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하나의 운영사나 개인 운영자가 모든 것을 포괄하기는 매우 힘든 구조인 거 같습니다.
결국, 호텔과 코리빙이 융합된 모델은 독립적 편안함과
자율적 교류가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경험과 가치로 연결하려면
다양한 방식으로 인프라(경제적 활동을 위한 도구),
커뮤니티(네트워킹과 지속성을 유도하는 도구)
서비스(대체 상품 대비 경쟁력으로서의 도구)를 조합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각각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사업 간의
체계적 융합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