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설득의 거리 좁히기
“진심을 담았어요.”
“우리는 정말 고객을 위해 고민했어요.”
“정말 정성껏 만들었어요.”
많은 브랜드들이,
많은 기획자들이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나도 그랬다.
그런데도 고객은 반응하지 않았다.
기획 초년 시절,
나는 진심이면 통할 거라고 믿었다.
내가 정말 열심히 만들었고,
정말 좋은 의도로 설계했다면
사람들은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사람들은 ‘내용’을 잘 보지 않았다.
정말 좋았던 기능도,
숨겨놓은 이야기들도,
내가 공들인 구조들도
한순간의 느낌으로 지나쳐버리곤 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고객은 진심을 ‘보는’ 게 아니라,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을.
진심이 아무리 많아도
그게 감정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기획자는 종종 ‘진심’이라는 단어에 기대려 한다.
“우린 좋은 뜻으로 한 거예요.”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요.”
“이 기획엔 철학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고객은 그렇게 묻지 않는다.
“당신, 진심이야?”라고 확인하지 않는다.
고객은 단 하나의 질문만 던진다.
“나는 이걸 보고, 어떤 기분이 드는가?”
그래서 기획자는 감정을 다뤄야 한다.
감정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디자인’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고객이 제품을 처음 만나는 순간,
공간의 문을 여는 그 첫걸음에서,
브랜드의 문장을 읽는 짧은 몇 초 동안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지를 설계해야 한다.
진심은 내부의 언어다.
감정은 외부의 언어다.
진심을 감정으로 번역할 수 있어야
고객은 그 마음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나는 요즘,
진심을 담기보다
감정을 가까이 두려 노력한다.
진심보다 먼저 고객의 눈을 상상하고,
나의 기준보다 고객의 리듬에 맞추고,
내 철학보다 그가 떠날 이유를 상상한다.
감정과 설득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좁히는 게
기획자에게 주어진 가장 어려운 일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고객이 처음 접했을 때 느끼는 ‘1초의 감정’은 어떤가?
이 진심이, 고객에게는 어떻게 ‘느껴질’ 수 있는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구조가 되어 있는가?
고객은 진심을 사지 않는다.
감정을 산다.
그리고 감정은
기획자의 의도가 아니라
기획자의 ‘배려’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