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공감받지 못해도 외로움을 느낀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을 말할 곳이 없다

by 심지헌

리더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

팀이 흔들릴 때, 조직이 불안정할 때,

구성원이 지쳐 있을 때

그 어느 때보다도 리더는 차분하고 단단한 표정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겉으로는.
마음은 이미 출렁이고 있는데, “괜찮아 보여야” 하고, “확신이 있어 보여야” 한다.

결국 리더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나는 종종 이런 상상을 한다.
언젠가 이 회의실을 나가 문을 닫고,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보내면 어떤 기분일까.
누군가 “당신이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라고 말해주면,

그 순간 나는 울지도 모르겠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감정을 받아주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받아주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못할 때, 그 감정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감정을 버려야 하는 줄 알았다.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봐야 한다’,

‘조직은 감정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야’라는 말들 사이에서 자랐다.
그래서 내 감정은 늘 2순위였다.

회의실에서는 늘 단정했고, 팀원들에게는 늘 균형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쏟아지지 않은 감정들이 몸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슬픔’이라기보단 ‘고립’에 가까웠고, ‘지침’보다는 ‘말하지 못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리더는 멘탈이 강해야 한다고.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고.

하지만 멘탈은 무감각함이 아니라 회복력이어야 하지 않을까?
감정을 무시하고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꺼내보고, 표현할 수 있는 힘이 강한 멘탈 아닌가?


나는 감정을 버린 적이 없다.
다만 감정을 ‘말하지 못한 것’이었고, 그래서 더 외로웠던 것이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면 약해진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말하지 않는다.
슬프다고, 억울하다고, 무서웠다고, 때로는 버거웠다고.
아무도 그런 말을 리더가 해도 된다고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을 말한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꺼내놓을 수 있을 때, 리더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진심으로 말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위험한 일도 아니다.
오히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조직 안에서 리더를 무너뜨린다.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
리더도 인간이다.
그 한마디가 조직 전체를 살릴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말은 가장 먼저, 당신 스스로에게 들려줘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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