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은 척’ 대신, ‘괜찮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법’
나는 오랫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법을 연습하며 살아왔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누군가가 내 의견을 반박했을 때,
상황이 기대만큼 풀리지 않을 때조차,
늘 담담한 얼굴을 유지하는 게 나의 일이라고 믿었다.
리더는 감정을 보이면 안 된다는 말,
프로페셔널은 언제나 침착해야 한다는 말이
너무 오래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아니, 애써 모르는 척하게 됐다.
하지만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감정은 내 안에 쌓이고,
그 쌓인 감정은 때때로 나도 모르게
삐걱거리는 말투로,
무표정한 얼굴로,
혹은 이유 모를 피로감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때 깨달았다.
‘괜찮지 않은 상태’를 감추는 일은,
결국 나를 더 약하게 만든다는 걸.
리더도 사람이다.
때로는 괜찮지 않을 수 있다.
슬플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고,
지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억누르는 데서 비롯된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건 처음엔 편하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고, 상황도 매끄럽게 흘러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강한 척’은 오래 버틸 수 없는 가면이다.
결국 언젠가는 금이 가고,
더 큰 혼란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표현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엔 아주 작은 말부터.
“지금 좀 당황스러웠어.”
“조금 피곤하네.”
“오늘은 솔직히 마음이 편하진 않아.”
그 한마디를 꺼내는 데도 용기가 필요했다.
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늘 괜찮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입술을 자꾸 무겁게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괜찮아.’
그러자 이상하게도, 감정을 말할수록 마음이 가벼워졌다.
내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해진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을 속이지 않게 되었으니까.
가장 큰 배신은 다른 누구보다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배신이다.
"괜찮아"라는 거짓말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도 헷갈리게 된다.
그래서 나는 연습한다.
작은 감정이라도 정직하게 말하는 연습을.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
내 상태를 솔직하게 공유하는 연습을.
그렇게 말하다 보면 알게 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리더가 감정을 표현하는 걸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습에서 더 진심을 느끼고,
그 사람이 더욱 신뢰할 만한 사람임을 느낀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보다
흔들리지만 다시 일어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더 큰 위안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연습 중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멈추고,
‘괜찮지 않음을 인정하는 용기’를 기르는 것.
그게 나를 더 건강하게 하고,
내가 이끄는 사람들에게도 더 나은 리더가 되는 길임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말하는 사람이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내 안의 작은 감정 하나에
살짝 귀를 기울여본다.
그리고 말해본다.
‘지금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