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티는 사람보다, 잘 회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치지 않고 오래 가는 리더의 감정 루틴

by 심지헌

‘버티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가 있었다.
무너지지 않고 견디는 것이, 책임감 있는 사람의 태도로 여겨졌다.
조직이 흔들릴 때,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 누군가는 ‘괜찮은 척’을 해야 했다.
그 역할을 맡게 되는 사람은 대개, 리더였다.


나도 그랬다.
무너지면 안 된다는 각오로,
감정을 잠그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려 애쓰며,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애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텅 빈 껍질처럼 느껴졌다.
버틴다는 건, 내 안의 감정을 밀어내는 일이었다.
슬픔을 덮고, 분노를 삼키고, 외로움을 ‘할 일’로 대체했다.

그렇게 버티며 견뎠지만,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버티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아니라,
무너졌을 때 어떻게 회복하느냐라는 걸.


감정의 체력이 필요한 시대

리더의 감정은 숨겨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자산이다.
슬픔도, 분노도, 초조함도 그냥 흘려보내면,
어느새 일에 영향을 미치고 관계를 훼손시킨다.

그래서 나는 감정에도 루틴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매일 10분, 마음을 점검하는 시간
감정은 쌓이고, 묻힌다. 말로 꺼내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지친다.
나는 하루를 마치며, 오늘 어떤 감정이 가장 컸는지를 기록한다.
'서운했다', '지쳤다', '고마웠다' 같은 단어를 통해 내 감정을 정리한다.


정기적인 감정 배출 루틴
달리기, 목욕, 글쓰기, 산책.
몸을 움직이며 감정을 빼내는 행위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억눌린 감정은 고여 썩지만, 흐르는 감정은 회복을 돕는다.


공감받을 수 있는 관계망 유지
리더는 자주 외롭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도 “괜찮은 척”을 한다.
하지만 몇 명이라도, 감정을 드러내도 괜찮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내 안의 불안을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지치지 않기 위한 선택

리더십은 에너지의 싸움이다.

지치지 않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던 과거에서,
이제는 감정을 관리하고, 회복을 설계하는 리더십으로 나아가야 한다.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룰 줄 아는 리더가 되고 싶다.


사람을 설득하는 말보다,
나를 설득하는 문장을 먼저 찾고 싶다.


조직을 오래 이끄는 방법은
나를 먼저 지키는 루틴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무너지지 않으려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회복을 배운 사람이다.
오늘도 흔들리고, 상처도 받지만,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잘 버티는 사람’보다
잘 회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회복의 힘으로,
사람과 일을 오래도록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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