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서도 불안한 날

일이 잘 풀릴수록 왜 더 초조해질까?

by 심지헌

요즘 일이 잘 풀리고 있다.
기획이 통과되고, 사람들도 반응하고,
내가 말한 방향이 실제 결과로 이어지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나는 더 초조해진다.


마치
고요한 수면 아래에서
파도가 몰려올 것을 예감하는 것처럼,
“이렇게 잘 풀릴 리가 없는데…”
“이 다음엔 분명 무언가 터질 거야…”
하는 예감 아닌 예감에 스스로를 조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성공보다 실패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의심이 일상이었고,
고민은 방어 기제였으며,
무언가를 잘 해낸 뒤에는
반드시 찾아오는 후폭풍 같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내 안의 감정은
‘이 일이 잘 되고 있다’가 아니라
‘이 일이 언제 안 되기 시작할까’를 묻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감을 가져야지.”
“더 힘 있게 밀어붙여야지.”


하지만 나에게 고요는
준비된 평온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낯선 풍경이다.

그래서 그 고요가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나는 그 불안을 마주보며 이렇게 생각해본다.

‘지금 잘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게 내 탓도 아니고, 운만도 아니다.’

‘불안은 망상이 아니라 감정일 뿐이다.’

그럴 때, 마음속에서
아주 작게, 아주 희미하게
“괜찮아도 괜찮다”는 말이 들려온다.


잘 되는 날이
내가 흔들릴 이유가 되지 않도록.
고요한 지금이
내가 의심할 대상이 되지 않도록.

나는 스스로에게 연습시킨다.
불안을 믿기보다, 흐름을 믿는 방법을.


혹시 지금 당신도
일이 잘 풀리는데 괜히 불안한가요?

그건 감정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의 기억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그 고요를
의심하지 말고,
천천히 안아보세요.


그 고요는 당신이
버텨온 시간들이
이제야 가져다준 잠깐의 평온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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