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무희의 애상을 보았다
가채 틀어 쪽을 지고 고운 비녀 꽂아 본들
진한 화장으로 세월의 흔적을 지워 본들
붉은 저고리에 노랑치마 두른들
눈물이 이슬이 될것인가
괜스레 잡아 앉힌 달은 비웃는다
신이 땅에 뿌린 꽃으로
예쁘게 피었으나 나비없는 꽃으로
운명을 훔쳐 말하는 신의 꽃으로
부채 위에서 춤을 춘다
달이 구름을 친다 하늘이 진다
힘에 겹게 깃털처럼 추던 삶을
비켜 지나가 서리 앉은 나비는 품어줄까
화려한 부채 깃털 위에
하늘이 얼고 구름이 뜨고 달이 오른다
삶이 얹어지고 세월이 얹어진다
들이쉰 숨에 생의 아픔을 마시고
돌아 내쉬는 숨에 삶의 기쁨을 부순다
뻗어 올리는 떨리는 손끝으로
차갑게 치고 지나가는 게,
세월이구나
붉은 눈물 뺨을 타고 흐른다
남의 운명을 훔쳐 푸는 꽃으로 피어
뭍 사람들의 찍히는 시선속에서
바랭이보다 못한 들풀로 지니
선한 달의 애잔함은 늙은 중의 마음같고
선뜻 선 이별은 아리고
스러져 바짝 솟은 버선코만이 푸른 달빛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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