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모처럼 데이트를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굽 있는 샌들을 신은 아이는 들떠 있었고 그 모습은 몇십 년 전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늘 운동화에 단화만 신던 나는 처음으로 샌들을 신고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었다.
너무 예뻐서. 너무 여성스러워서.
좋은데 좋은 티를 내면 촌스럽다 할까 봐 감추느라 애썼던 기억도 났다.
나는 감추었으나 다 보이고 있는 줄도 모르면서.ㅎㅎ
오늘 아이는 정 반대였다. 좋아하는 마음을,
예뻐서, 행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것이 더 좋았고 내 아이가 이뻤다.
우리와 다른 점일 것이다.
솔직한 것.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
요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것이 이뻐서 데리고 가서 패티도 해주었다.
맨발로 다니는 것도 민망스러우니
하고 다니라고... 아이는 행복해서 입이 찢어졌지만 본인이 원하는 컬러, 모양 이야기하면서 진행하는 것은 또 우리 때 모습과 달랐다.
그저 해주는 데로. 감사한 마음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말도 못 하고 예예거리던 우리랑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아이와 헤어지고 일터로 향하면서 조용히 내 부모를, 또 부모가 된 나를, 그리고 부모가 될 아이를 떠올려본다
무조건 반대가 먼저이셨던 내 부모가 아파서
스스로 등을 돌려 벽을 진 나는,
내 아이에게는 모든 것을 다 주어서라도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한 나는,
어떤 부모의 모습일까.
나의 그런 모습이 부모가 될 내 아이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어 어떤 부모가 될는지.
나는 조용히 등진 벽에 기대 서 등 너머로 부모님이 계신 동네를 훔친다